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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한국영화 리메이크 사례 : 올드보이 (3)

by 창조하는 인간 2021. 12. 20.

리메이크된 <올드보이>

 

  (1) 할리우드 영화 산업, 미국 문화

 

할리우드 영화는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이제 세계 영화’가 되었다.

더 이상 미국 영화라는 지역성을 운위 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미국은 영화를 통해 미국이 곧 세계, 미국 시민은 세계 시민,

세계 시민은 곧 미국 시민이라는 공식을 성립시키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무기가 된 것이다.

-중략-

영화라는 문화는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중요한 경제 활동이다.

이제 문화와 경제의 의미는 동의어가 되었다.

영화를 예술혹은 문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그 개념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수십 년간 세계시장 지배에서 얻어진 교훈인 것이다.

이제 영화를 단지 영화로만 보는 시각도 교정해야 한다.

영화는 다국적 기업이며 다매체로서의 매체이며, 다국적 정체성의 정신활동이 된 것이다.”

(출처 : 정재형, 『영화 이해의 길잡이』, 도서출판 개마고원, 2003, p353)

 

 

앞서 이야기했듯<올드보이>의 성공은 할리우드에서도 탐낼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전통적으로 상업영화를 추구해왔다.

<올드보이>는 상업적인 측면보다는 박찬욱 감독의 작가적 스타일이 두드러진 영화이다.

할리우드에서 이것을 리메이크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10년이 걸렸는지도 모른다.

상업적으로 각색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은유가 숨어있었다.

한국에서도 흥행면에서 초대박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소위 말해 영화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화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메이크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UuVAQgwy2c 

할리우드는 이미 소재의 고갈 상태에 직면해 있고, 제작비는 천문학적으로 올라가 있으며

한마디로 도박을 하듯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제작하고 수익을 내야만 하는 긴장상태에 놓여있다.

제작비가 오른 만큼 자국 내에서의 수입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항상 전 세계를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거장 감독을 영입한다거나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마케팅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기존 영화들을 각색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출처 : http://www.iworld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8339

 

이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올드보이>의 각색은 해볼 만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칸영화제에서 수상함으로써 충분한 화젯거리를 제공하고 있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높을 뿐 아니라

한국영화 <올드보이>도 역시 일본 만화<old boy>를 각색한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 한국, 나아가서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적, 정서적 특징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서구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가미된 파격적인 소재는 할리우드의 자본력이 뒷받침된다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충분히 흥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계산도 가능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계산에도 불구하고 정통성 있는 할리우드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 자체는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를 비판하는 흑인 감독으로서

독자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감독이고,

출연 배우들 또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톱스타가 아니다.

예술영화의 측면으로 접근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할리우드적인 색채가 없는 영화가 되었다.

 

 

  (2) 정서적 특징, 사회학적 관점

 

실제로 많은 부분이 원작 영화와 유사한 <OLD BOY>

완벽하게 동양을 이해한 상태로 만든 영화는 아닌듯한 느낌이 들었다.

끌어다 쓸 수 있는 동양적인 소재는 다 그대로 차용하고,

거기에 감독이 가지고 있는 미국 내의 문화적인 혼종성까지 드러나다 보니

오히려 그들에게 외국 문화로서 이해되던 한국의 <올드보이>와는 확연하게 다른 복잡함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어떤 것이 순수한 미국 영화인지

알 수 없는 복합적인 리얼리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단 하나의 분명한 정체성만이 허용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복합적인 정체성이 허용되고 또 장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 영화에 대한 성급한 판단이나 비판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략

그러나 미국 영화가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과연 자신들의 자랑인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적용하는 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출처 : 김성곤, 『영화로 보는 미국 : 할리우드 영화의 문화적 의미』, 살림출판사, 2003, p16)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140112037900005

그런데, <OLD BOY>는 너무 다양한 문화권이 섞인 느낌이라

여기서 말하는 미국 영화의 범주에 드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히 백인인 주인공들이었는데, 동양인이 보았을 때의 피부색이 조금 흰 백인이지

순수한 혈통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그렇진 않은 듯하다.

그리고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인종을 구분한다거나

문화적인 측면을 구분 지어 보질 않았던 경험이 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단일민족을 강조해왔고, 최근에서야 다문화로 개방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문화가 혼종 될 정도로 다양함이 자리 잡고 있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 안에서는 다양성이라는 것이 의도하지 않는 이상 묻어날 수 없다.

그래서 <올드보이>도 전부 한국인 배우가 출연을 하게 되면서 악역 그 자체에 집중을 할 뿐,

생긴 것으로 악당이라고 구분 짓지는 않는다.

바로 이점이 <OLD BOY>를 볼 때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찾아보지 않았다면 감독이 흑인이라는 것도 몰랐을 테고,

사무엘 잭슨이 악역을 해도 아는 배우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역할인가에 대한 의문만 들었을 뿐이다.

그래도 굳이 차별이라고 한다면 역시 주인공 역할에는 백인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인데,

그 주인공이 선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과 영화 속에 영웅이 없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물론 개봉 후에 깊이감 없는 액션 영화라는 평가에서는

이 영화가 미국 영화임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표현임을 알 수 있었지만,

할리우드에서 강조하는 플롯 구성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장르영화가 되었다.

마리조 두셋의 딸이기 때문에 피부색이 조금 밝을 수밖에 없다.

다만, 극 중에 잠깐 나오는 두셋의 아내이자 마리의 엄마인 도나 호손은 고등학생 시절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백인이 아니었다.

애드리안 역시도 악역이고,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태였고 명예가 실추된 미국 내 상류층 사람일 뿐이다.

따라서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라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표현처럼

그들이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블록버스터급의 제작지원은 받지 못했고,

마케팅에서 저조하다 보니 흥행에서도 주춤하게 된 것이 아닐까.

내러티브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올드보이>는 한국적인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적인 것도 아닐 것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근친의 요소가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리송한 결말로 아쉬움만 남겼을 뿐이다.

10년을 감금시키기에는 이유가 너무 약했다는 것이 원작 만화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랬기 때문에 각색 단계에서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했을 것이고 들켜서는 안 될 어떤 비밀이 존재해야만 했다.

비밀을 위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 근친 요소로 각색을 한 것은 동양적인 맥락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것을 서구의 방식으로 재창조한다고 해도 이 이상의 파격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반전 요소로 심어 둔 것이 아버지가 모든 가족과 관계를 맺는다는 설정인데,

이는 백인 상류층에 대한 비난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고,

기존의 <올드보이>를 아는 관객에게는 다소 무리수인 설정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3) 리메이크가 가지는 의미

 

베스트셀러 책으로 충분히 잘 알려진 문학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각색되어 또다시 큰 성공을 거두고,

모두에게 익숙한 유명한 영화가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제작되어 또다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대중들이 그 내러티브를 ‘알고’‘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다시 체험하고싶어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처 : 이윤희, 영상예술연구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한 라이브 액션 영화에서 일어나는 캐릭터와 내러티브 변형에 대한 연구 : 디즈니 사례들을 중심으로 』, 영상예술학회, 2012, p120)

 

출처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3112931864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화의 리메이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동양의 이색적인 영화보다도 서구인들이 나오는 느낌의 영화가 그들에게는 훨씬 친숙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의 칸영화제 수상을 계기로 많은 한국영화들이 관심을 받게 되고 리메이크가 되었거나 시도 되었다.

한국 영화계가 성장하고 있던 시기에 나온 작품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 한국영화가 확실히 주목받게 된 것은 분명하다.

세계 영화시장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영화시장이 커질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영화의 지나친 상업성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오락적 요소

, 제작 투자 규모가 크고 관객 호응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영화들이 영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할리우드에서의 리메이크는 한국영화의 세계화를 점쳐볼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될 수도 있고,

점층적으로는 할리우드라는 영화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로 진출해 니콜 키드먼과 함께 <스토커 >(2013)라는 영화를 찍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의 원작이 된다는 것은 후세에도 얼마든지 각색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린다 허천의 각색담론』 에 따르면 지침이 없을 때는 첫 번째와 마지막의 차이가 심하지만 지침을 만들어 두면

그 지침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고, 그때 지침은 스스로 표준화된다고 한다.

(출처 : 서성은, 『린다 허천의 각색 담론』, 우리어문학회, 2014, p319-353)

 

서구에는 많은 수의 이야기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문학작품과 연극 등 시대가 변해도 그 흐름에 발맞춰 각색이 가능한 오리지널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그렇다 할 작품이 없는 상태이다.

물론 <올드보이>도 각색 영화이긴 하지만 파격적인 소재와 충격적 반전은

전무후무한 액션 스릴러로서의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강렬한 인상이 10년이 지난 후에도 리메이크 영화로 재창조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고,

앞으로도 리메이크될 가능성이 있는 원작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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