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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한국영화 리메이크 사례 : 올드보이(2)

by 창조하는 인간 2021. 12. 20.

1. 각색과 리메이크

영화 <올드보이>는 각색된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이 각색에 참여하고 콘티를 구성하고 메가폰을 잡아 연출하긴 했지만,

원작 만화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각색이라는 말 자체가 원래 있던 작품을 대본화 시킨다는 것인데,

그렇게 변환하는 과정에서 그 영화 특유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하게 되고 정서에 맞게 여과되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리메이크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엄밀하게 구분을 하면 각색은 서로 다른 두 장르나 매체를 교차시켜 매체 간 혹은 장르 간 스토리 전환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면에 리메이크는 같은 장르나 매체를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리메이크라는 명칭으로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각색과 리메이크는 거의 같은 의미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원작만화에서 변형된 한국영화 <올드보이>와 한국영화 <올드보이>를 원작으로 거의 서사의 변형이 없는 미국 영화 <올드보이>는 각각 각색과 리메이크에 대한 개념을 또렷하게 만들어 준다. 

 

주의 . 본문에서는 영화에 대한 극강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2. 원작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영화로

 

  (1) 일본만화 <old boy>

 

일본 만화 <old boy>에서 주인공 고토는 이유도 모르고 10년을 감금당한다.

법적 규제를 피한 완벽하게 숨은 공간인 7.5층에서 매일매일 중국요리인 만두를 먹으면서 몸을 만들었다.

감금 시킨 자들은 1달에 한 번씩 앞이 보이지 않게 고토의 눈을 가린 뒤 이발을 시켰고, 어느 날 갑자기 고토를 강제 출소 시킨다.

엿들은 바에 의하면, 그곳은 사설 형무소로 연금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처음 간 음식집에서 만난 여자 에리는 그에게 아무 댓가 없이 접근해 처녀성을 바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고토는 출소 이후 공사장 인부로 일하면서 '야마시타'라는 가명을 쓰고,

술집을 운영 중인 친구 츠카모토를 다시 만나 사건을 역추적 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에 박혀 있던 위치추적기와 신발 밑창에 있는 추적기 등 누군가에게 끊임없는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만두속에서 봤던 청룡이라는 전표를 근거로 ‘자청룡’이라는 중국집 만두였음을 알아낸다.

중국집을 통해서 7.5층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 배후에 도지마라는 사내가 있음도 알아낸다.

거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받은 전화기를 통해서만 자신을 감금시키라고 의뢰했던 도지마와 연락 할 수 있는데, 그냥 휴대폰을 버린다.

휴대폰을 버리고도 계속 추적당하고 있던 고토에게 도지마는 제안을 한다.

과거의 기억을 해내면 고토가 이기게 될 것이라고. 이미 성형수술을 했다는 사실도 순순히 밝힌다.

기억을 되살리는데 도움을 제공할 인물로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과도 재회하게 된다.

소설을 쓰고 있던 그녀는 알고 보니 '그레이시 스이코시'라고 도지마가 분장한 할머니의 의뢰를 받아 거금을 받고 호화로운 생활 중이었다. 선생님의 기억에 의하면 도지마라는 남자는 여름에 전학 온 매우 못생겼던 소년 '카키누마 타카아키' 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끝내 기억해내지 못한 고토의 패배. 카키누마는 연장전을 제안한다.

선생님의 기억 속에서 고토는 해, 카키누마는 달 같은 아이였다.

빛이 났던 고토는 이름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고,

비상한 머리로 일확천금을 획득한 카키누마의 숨겨져 있던 열등감은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 폭발한다.

이번에도 패배할 경우에는 츠카모토뿐만 아니라 에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선생님은 에리를 도피 시킨다.

고토가 기억해낸 것은 꽃마을이라는 노래를 부르던 음악시간이었고, 이상하게도 그 곡을 알면서도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그동안 에리와 고토가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것은 후최면의 영향이었다는 사실과, 최면술사가 등장하면서,

고토의 기억을 끄집어 내보려 하지만 실패.

고토는 카키누마와 둘만 갇히게 되는 마지막 7일을 요청한다.

카키누마에게는 능력 있는 비서가 한 명 있는데,

못하는 게 거의 없고 국가에서도 일을 했던 능력자로 그림자처럼 일련의 사건들을 진행시키지만

마지막에 카키누마를 배신하고 고토를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고토의 기억.

어렴풋한 기억으로 음악시간에 카키누마의 꽃마을을 듣고 감동했었다는 고토에게 카키누마는 분노하면서 그때 눈물을 흘렸던 사실을 잊어버렸다며 고토를 원망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살을 선택하는 카키누마.

에필로그에서는 끝나지 않은 악몽에 시달리는 고토를 보여주고 만화는 끝이 난다.

 

그림 1 일본만화old boy 주요인물 관계도

 

 

(2) 한국영화 <올드보이>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살자그래서 이름이 오대수 인 남자주인공.

1988, 3살 난 딸이 있으며 오프닝에서의 술 마신 후 주사로 보아 원작처럼 완벽한 성격을 가진 남성이 아니다.

박찬욱의 영화 <올드보이>의 오프닝은 인물의 성격과 상황 등이 절묘하게 드러나면서도 뚝뚝 끊기는 이미지들이 강렬하다.

 

영화 <올드보이> 편집의 컨셉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낯설게 보여주기.

편집 방향으로는 더블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더블 액션을 하게 되면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뒤에 나오게 될 장면이나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데,

그런 점들을 모두 배제한 것이다. 뒷이야기 예측을 방해하여 긴장감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려고 노력했다.

처음부터 의도적인 편집 컨셉트로 촬영 당시부터 신과 컷에 공이 많이 들어갔다.”

(출처: 박찬욱 외, 『올드보이 book』 도서출판 올리브 M&B, 2005 p. 134)

 

경찰서 안에서 행패를 부리는 오대수의 모습을 점프컷으로 보여주고,

경찰서 내부와 경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은 채 마치 관객을 보고 난장 부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시퀀스의 묘미는 경찰서를 빠져 나온 후 공중전화 부스에서 딸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친구 주환이 전화를 건네받아 통화하는 동안

오대수가 사라지는 순간을 한 번에 보여주는 장면이다.

프레임 안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만 보여주고 납치되는 과정을 교묘하게 가린 것이다.

비오는 날 술 취한 남성을 소리 소문 없이 납치하는 장면을 굳이 보여주지 않고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알 수 없는 공간에 감금당한 오대수는 처음에는 맹렬히 저항하면서 경찰서에서의 난장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급기야 자살 소동도 수차례 일으킨다.

그럴 때마다 오대수를 살려주고, 음악소리와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날은 깨끗하게 이발도 되어있다.

음식은 늘 군만두.

몇 개월의 저항 후 TV에서 자신의 아내가 살해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고, 뉴스에 의하면 오대수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고,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오대수는 그때부터 몸을 만들고, 벽을 파기 시작한다.

손등에 1년이 지날 때마다 체크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을 감금한 알 수 없는 대상에게 극심한 분노를 느끼며 복수의 칼날을 간다.

감금 당한지 15년이 되는 어느 날 벽을 뚫는 것에 성공한 오대수.

그러나 또다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연기를 마시고 기절, 큰 가방에 담겨 아파트 옥상에 버려진다.

이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얻은 자유였다.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노숙자에게 휴대전화와 돈을 건네받는다.

군만두만 먹었던 오대수는 살아있는 것을 먹고 싶어 했고, 날것을 먹기 위해 들어간 일식집에서 산낙지를 씹어 먹는다.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고, 그동안 감금당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명단을 만들었는데

그걸 쭉 읽어봐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약을 올린다.

 

미도는 일식집에서 일하는 여직원이고, 산낙지를 먹다가 기절한 오대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마법에 걸린 듯 미도와 사랑에 빠지는 대수.

미도는 기자를 사칭하면서 대수의 딸을 찾는데 협조하고, 대수는 군만두를 먹다 발견한 청룡이라는 쪽지를 바탕으로

자신이 15년간 감금당했던 근거지 탐색을 시작한다.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일이 만두집에서 만두를 먹으면서 그 맛을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오대수 스스로 청룡이 자청룡 반점임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근거지를 찾아낸 대수는 지난 15년간 키워온 복수심의 분출을 위해 장도리 하나를 들고 거기에 감금 일을 맡아 하고 있는 철웅의 조직을 박살낸다.

이 장면을 보여주는 시퀀스 역시도 늘 명장면으로 꼽히곤 한다.

원신 원컷, 긴 롱테이크로 장면을 분할하지 않고 액션의 리얼함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은 흔한 액션 신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이고도 실제 상황 같은 모습을 연출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시나리오 상에서는 단 석 줄인 이 장면을 양길영 무술감독은 무려 6060여 개의 액션 합이 이어진 사상 최초의 원컷 액션 장면으로 만들어 낸다.

이 한 장면을 위해 넉 달 동안 최민식은 기초 체력 훈련과 복싱 및 몸만들기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고,

60여개의 각각의 동작을 하나의 액션으로 소화해 내기 위해 스턴트맨들과 끊임없는 반복 연습으로 암기해야만 했다.

원컷의 액션 동작이지만 스타일리시하고 독특한 액션 신을 위해 진행해야 할 컷 수가 무려 40컷이 넘었고,

콘티북으로도 9장이나 되는 대 여정이었다.

그러다 마스터 신을 찍던 박찬욱 감독이 제안 하나를 던진 게 바로 컷 분할이 아닌 액션 합을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원 신으로 가보자는 것이었다.

배우가 멋지게 보이는 장면이라면 몇 달이 걸려서라도 촬영 했겠지만

피가 터지고 비명 지르고 맞고 하는 장면들이라 단순하게 보여주면 재미도 없을 것 같고,

편집해서 쓰겠다는 생각으로 대충 찍은 장면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얻은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배우와 스턴트맨들도 지난 3개월간 몸에 익을 정도로 액션의 합을 맞춰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4분여간의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원 신 원 컷의 액션신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화제의 장면이기도 하다. 

(출처 : 박찬욱 외, 『올드보이 book』 도서출판 올리브 M&B, 2005, p152~3)

 

혼자 조직을 상대하다보니 심하게 다친 대수는 피를 많이 흘리게 되고,

이를 부축해 택시를 태워주는 우진과 아주 잠깐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15년간 감금했던 자의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친구 주환이 운영하는 PC방을 찾아간 대수.

반가움도 잠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지만, 어느 정도 파악한 주환이 인터넷 검색을 하고,

대수는 미도가 쓰는 아이디로 메신저 접속을 한다.

그러자 대수의 공소시효가 종료된 것을 축하한다는 에버그린의 메시지가 날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대수는 '에버그린'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과 채팅을 하던 미도를 의심하고 그녀를 묶어둔다.

주환이 알려준 정보를 받아, 그녀의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서 누군가가 계속 감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수는 그곳을 찾아가고,

거기서 우진과 제대로 대면한다.

우진은 한가지 제안을 한다. 기억을 떠올리라고.

대수가 우진을 만나는 동안, 철웅이 보복하기 위해 미도를 붙잡아 가슴팍을 풀어헤쳐놓고 대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웅은 자신이 당한 대로 대수의 이빨을 모조리 빼버리고 싶었지만,

우진 쪽에서 거금을 주며 둘을 풀어줄 것을 제안했고, 이를 받아들여 풀어준다.

우진은 엄청난 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수보다는 대수 곁에 있는 미도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미도는 대수와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다.

미도의 집에서 펼쳐지는 둘의 정사. 샤워를 마치고 미도의 머리를 말려 주는 대수.

이때 또다시 연기가 들어오고 둘이 기절해있는 사이에 방독면을 한 우진이 들어온다.

계속해서 도청을 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대수는 신발 밑창에서 도청기를 찾아 버리고, 주환의 PC방으로 간다.

미도는 에버그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에버그린이 상록고등학교, 즉 대수와 주환이 같이 다녔던 고등학교 동창회 이름임을 알게 되고,

대수와 미도는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찾으러 학교에 간다.

졸업앨범에서 찾은 이우진. 그리고 이수아 라는 이름.

주환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수아라는 여학생의 과거를 듣게 되지만, 주환은 우진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대수는 미도를 철웅의 건물에 감금 시키고, 우진의 펜트하우스로 향한다. 그곳에서 밝혀지는 진실.

우진과 우진의 누이 수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둘의 은밀한 관계를 훔쳐보게 된 대수는 정말 대수롭지 않게 친구 철웅에게 말을 전하게 된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결국 수아는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내용.

우진은 자신도 겁이 났고, 그래서 누이가 죽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바라보아야 했던 것이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게임은 끝난 듯 보였다.

그러나 우진이 건넨 상자에서 미도가 대수의 딸임이 밝혀지고

철웅을 통해 미도에게 전달된 박스에도 분명히 똑같은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 짐작한 대수가 자신의 혀를 자르며 우진에게 사죄한다.

우진은, 알면서도 사랑했던 자신들과는 달리 너희도 그럴 수 있느냐는 말을 남기고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대수는 끝내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최면술사에게 최면을 걸어줄 것을 부탁한다.

눈밭에서 기절해있던 대수가 일어나고, 미도는 대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안겨오는데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대수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림 2 한국영화 올드보이의 주요인물 관계도

 

 

 (3) 미국영화 <OLD BOY>

 

<올드보이>에게 관심이 집중될 당시, 감독을 비롯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의 할리우드판이 곧 나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2005년 무렵에는 이미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할리우드판은 10년이 지난 2013년이 되어서야 개봉하게 된다.

숀펜, 에드워드 노튼, 러셀크로, 콜린퍼스 등등 한국에서의 최민식, 유지태 위상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녔으며

영화 속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길 바랐던 제작진의 바람과는 달리,

리메이크 된 <OLD BOY>는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 반기를 들었던 흑인 감독 스파이크 리(Spike Lee)가 메가폰을 잡고,

맨인블랙3에서 젊은 K역을 했던 조쉬 브롤린,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배우 샬토 코플리가 주인공이 되었다.

세세한 장면에서의 차이는 있겠으나 큰 흐름상의 변화는 없었다.

 

변화한 몇가지만 설명하자면, 우선 15년 감금이 아닌 20년의 감금생활을 보내야 했고, 최면술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최면보다는 TV로부터의 세뇌를 선택했다.

미아가 성장하는 과정을 TV를 통해서 보고 그대로 믿는 조세프 두셋은 원래 가정적인 남성이 아니었다.

아내와 불화가 있었고, 딸의 생일도 늦게 챙기려고 한다.

딸의 생일선물은 차이나타운에서 산 달마를 닮은 오리 였다.

미국 만세라는 대사가 나오는가 하면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TVTV 영상에서도 빠지지 않고 미국의 굵직했던 사건들이 등장한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외롭다는 설정을 위해 베개에 피로 얼굴을 그려 넣는다던지,

쥐를 애완용으로 키운다던지 하는 식으로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찬욱의 <올드보이>에서는 개미라는 개체로 외로움과 고독함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스파이크 리 감독은 조금 다르게 이해한 듯하다.

10년이 흘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나는 부분들도 있다.

일본만화원작에서 박찬욱의 영화로 각색되었던 것 중에는

당시 선풍적이었던 PC방이라는 공간을 사건과 같이 엮으면서 2002년의 대한민국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 영화가 다시 스파이크 리의 미국 영화로 각색이 되면서

2012년의 미국의 모습에는 아이폰으로 대두되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살짝 바뀔 수밖에 없었다.

굳이 컴퓨터 앞에 앉지 않아도 검색이 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단서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해졌고

그래서인지 긴장감은 덜한 상태다.

 

친구인 주환이 PC방주인이었던 <올드보이>와는 달리

할리우드판 <OLD BOY>는 일본 원작만화에서의 설정인 술집 주인으로 친구 처키를 등장시킨다.

 

스파이크리 감독은 박찬욱의 영화뿐만 아니라 원작에서 끌어 올 수 있는 부분도 함께 고려해서 영화를 각색한 것이다.

그러나 청룡으로 제시된 만두집에 대한 설정은 ‘DRAGON'으로 바뀌고 미국 내에서도 역시 만두를 먹는다는 설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작에서는 기한 없이 고민하던 것들이 박찬욱 영화에서는 5일간의 추적으로,

스파이크 리의 영화에서는 90시간, 48시간등 구체적인 타이머가 작동하게끔 설정을 해두는데,

이는 보다 명확해진 ’감금의 이유로 우진이 대수에게 복수하는 것,

애드리안이 조 두셋에게 복수하는 과정 등이 매끄럽고 치밀한 계획으로 보이게 된다.

 

장도리 액션은 박찬욱의 4분 롱테이크를 뛰어넘고 싶었던 것인지,

수평적이었던 카메라 무빙에 이어서 층간 이동하는 수직적 무빙까지 더해 훨씬 긴 롱테이크에 도전했다.

거기에  박찬욱의 <올드보이>에서는 지워버린 선생님의 존재를 다시 한번 등장시키면서 원작 만화의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둔다.

 

그러나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원작만화나 한국영화와는 달랐던 점은, 근친상간에 대한 묘사였다.

원작에는 물론 근친상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만화에서 박찬욱의 <올드보이>로 각색될 때 첨가된 요소이다.

<OLD BOY>속 근친 장면을 보자면, 나비넥타이를 맨 남자와 아만다(수아 역)의 정사는 온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조 두셋은 그것을 목격한 뒤 자신의 여자 친구와 친구들에게 말해버렸다.

기억 속에서 알지 못하는 남자였기 때문에 베일에 쌓여있었던 것인데, 신문 기사를 검색하다가 그 나비넥타이를 맨 사람이 아만다의 아버지인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할리우드판 <OLD BOY> 의 반전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한국영화 <올드보이>와 마찬가지로 ‘미도’역에는 ‘마리’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마리는 예상하다시피 조 두셋의 딸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충격이었을 텐데, 바로 직전에 반전을 한 가지 더 심어둔 것이다.

나비넥타이 맨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시점까지는 근친의 소재를 버린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버리지 않고 오히려 그것도 또 하나의 반전으로 심어두고자 했던 것이다.

근데, 그게 뒤에 밝혀지는 마리에 대한 비밀과 충돌하면서 상쇄되어 충격이 덜하게 됐던 것 같다.

아니 이미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긴장감을 끝까지 가지고 가진 못하게 되었던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리메이크 영화로서의 새로운 각색에 도전했던 것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반면에 박찬욱은 근친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조심스럽고 은밀했다.

거울과 깨진 유리창을 통한 장면 묘사는 결코 드러나서는 안 될 것이라는 느낌을 제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 근친상간이라는 소재는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 때문에 누구도 접근이 쉬운 소재는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몹시 궁금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친상간을 한국보다는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고,

결국은 가족들이 나눈 사랑으로 포장되어 이우진 역할인 애드리안의 정신세계를 사로잡고 있었다.

더 파격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올드보이>만큼의 강한 임팩트를 주진 못했다.

 

 

그림 3 미국영화 OLD BOY의 주요인물 관계도

한국영화 리메이크 사례 : 올드보이 (1)

 

한국영화 리메이크 사례 : 올드보이 (1)

2004년 칸 영화제는 대한민국 영화 <올드보이>에 심사위원 대상을 수여한다. 그 이전에도 영화제에 진출한 사례는 있었지만, 수상 실적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진 못하였다. 영화 <올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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