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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누벨바그와 장 뤽 고다르 (1)

by 창조하는 인간 2021. 12. 19.

           고다르는 영화 현장에서 조감독을 거쳐 감독이 된 누벨바그 이전의 감독들과 달리 시네필에서 영화 비평가를 거쳐 직접 메가폰을                 들게 된 누벨바그 탄생의 주역이다. 이미 그는 기존의 영화제작의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를 꿈꾸며 영화를

                만들어 온 영화인이다. 그는 여전히 영화제작에 집념을 보이고 있는 왕성한 창작력의 소유자이다.

그는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의 역할은 무엇인가? 등 영화를 가지고 생각하는 철학자,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어순아, 이용주 공편 장 뤽 고다르의 영화세계』, 성신여자대학교 출판부, 2011, p23)

 

누벨바그 시기의 영화들이 어렵다 하면서도 배워야 하고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 비평을 하던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비평해 보는 것은 앞으로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로망이 있기 때문에 누벨바그 시기의 작가 감독들을 존경하고 있다.

 

장뤽 고다르 (출처 : 위키백과) 

그런데 고다르 같은 경우는 <네멋대로 해라>의 성공 이후 점점 영화적 색깔이 변하고

지금까지 활동하면서도 끝내는 관객의 외면을 받은 감독이기 때문에 안타깝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예술영화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영화 <네멋대로 해라>

 

네멋대로 해라 포스터 (출처 : http://m.silver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0)

1. 장면 분석 

(1) 내러티브 

이 영화는 내러티브적으로 빈틈없이 짜여있는 영화 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큰 틀에서의 줄거리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 내러티브는 기존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던 흔한 기승전결의 내용이 아니고,

또 기승전결로 만들려고 해도 힘든 내러티브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인물의 관계도 철저하게 즉흥적이다.

주인공인 미셸과 패트리샤를 둘러싼 인물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연결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대사는 영상과는 혹은 내용의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고,

화면은 이따금씩 엉뚱한 장면들을 포착해서 보여준다.

어떨 때는 숨 쉴 수 없는 롱테이크로 현장성을 살리는 대신 지독하리만큼 지루한 장면을 보여준다.

미셸은 운전을 하다가 속도위반을 했고 쫓아오는 경찰을 쏘아 죽였다.

그리고 좋은 스포츠카와 부의 과시에 여전히 신경 쓰면서도 정작 자신은 돈이 없어서 여자의 지갑에 손을 대는 등 찌질한 행동을 일삼는다.

험프리 보가트처럼 되고 싶어 하고,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는 행동을 한다.

패트리샤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의 배신으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기까지의 내러티브 구조를 본다면 극영화로써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거기에 패트리샤의 심리묘사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사랑의 확신이 서지 않아 고민하는 그녀의 감정적인 부분도 이야기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다만, 고다르는 고다르만의 이야기 방식이 있다. 그 방식 때문에 매끄럽게 전달될 법한 이야기도 혼란을 일으킨다.

기승전결 분명한 상업 영화로 만들었을 때 이 내러티브가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보면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평범함 속에서 고다르는 장면 장면 자신의 스타일을 투영시켜

이질적인 분위기의 영상을 구성한다.

 

네멋대로 해라 속 장면들 (출처 : http://m.silver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0)

(2) 대사

감정이입을 방해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부분은 고다르식 대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사가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듯한 느낌을 준다.

생각을 해보면 일상생활에서 다른 영화들처럼 영화적인 대사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다르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사들이

더 현실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내러티브와는 매치가 되지 않아 굉장히 뜬금없게 느껴진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촬영 대본 없이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즉흥적인 대사이기 때문에 뜬금없지만,

캐릭터는 이상하리만큼 일관성이 있는 것 같았다. (출처 : 민병록, 이승구, 정용탁 공저 영화의 이해』, 집문당, 2005, p166)

 

<네멋대로 해라>에서의 미셸은 영화 속 캐릭터답게 특유의 버릇도 있고 찌질한 성격도 두드러지는데, 대사가 그 찌질함의 끝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남성의 마초적 캐릭터가 아니라 우스꽝스럽고 남자답지 못하다.

고다르는 대사를 통해서 자신의 영화 속 세계를 구축하는데, 미셸의 대사 절반은 내러티브와는 상관이 없는 대사들이다.

전혀 영화적이지 않은 말들로 내러티브로의 몰입을 제대로 방해한다.

여성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왜 속옷을 입지 않느냐는 둥 여자들은 왜 돈이 없냐는 둥 하는 대사들은

몰입하고 싶지도 않게 만드는 최악의 남자라고, 그러니까 전형적인 멋진 남성의 캐릭터가 아니라고,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면서 다시 한번아 내가 영화를 보고 있구나생각하게 만들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더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네멋대로 해라 중 한 장면 (출처 : http://m.silver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0)

 

모두의 일상에서 영화처럼 아름다운 말만 듣고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환상적인 장면은 결코 없다.

내러티브에 방해가 되는 대사들이 앞서 말했지만 더 현실에 가깝다.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고다르는 점점 정치적인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프랑스의 시대적 역사적 흐름에 따라 혁명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찍어내는데, “주말이라는 영화가 그랬다.

그 영화에서의 대사도 노골적이고 혁명적이고 직설적이다.

내러티브와는 상관없이 배우가 영화를 찍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도 표출하고 카메라를 똑바로 보면서 대사를 던지기도 한다. 고다르의 영화를 보다 보면 저게 정말 ‘대사’ 인 것 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는데

그만큼 자연스럽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또 내러티브와 안 어울리기도 한다는 의미인 거 같다.

즉흥적인 대사와 연기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가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대사로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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