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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 영화추천 ] 퀴어영화 , 어디까지 봤니? (1)

by 창조하는 인간 2022. 1. 26.

로맨스 영화 리스트를 정리하다가,

2010년대 이후에 생각보다 많은 퀴어영화를 접했던 것 같아서 

한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제작 시기가 아주 옛날인 것들도 있고, 

이것저것 보다보니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영화들도 있어서,

지금껏 또렷하게 기억나거나 줄거리만 봐도 아~! 하고 떠올릴 수 있는 

영화들로 선정해 보았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 현재 멤버십으로 이용중인 OTT 서비스에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체크해 놓았으니 참고해 주세용!
  • (유)라고 되어있는 것은, 멤버십임에도 개별구매를 해서 보아야 하는 영화라는 뜻입니다! 

 

 

 

 

 

 

 

1. 패왕별희 (Farewell My Concubine, 1993, 첸 카이거 감독 /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유),시리즈온 (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패왕별희 중 한장면

 

 

 

사실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랑과 치정의 감정으로 보기에는 아쉽다.

역사적 맥락속 감독의 시선이 잘 담겨 있는 영화로,

전통으로 대표 되는 경극이 어떻게 시대 변화와 흐름 속에서 흥망성쇠 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역사적인 관점에서 봐도 흥미로웠다. 

장국영은 예쁜 배우라기보다 잘생긴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 고정관념이 깨진 영화. 

딱히 여성을 흉내낸다는 느낌보다는 부드럽고 여린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처음부터 반했다던가 하는 엉뚱한 설정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맡게된 여성 역할로 인해 생긴 정체성 혼란 속에서 

늘 함께 해오던 사람을 향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의 곁에 새로운 여인이 생기고 묘하게 삼각관계가 되었을 때도 

여자 둘이 싸운다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그 여자와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뭔가 한 때라고 가볍게 치부하기 어려운 

그런 묵직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다.

감독의 전체적 밑그림에 배우의 색이 더해져 은은하고 아름답게 빛나게 된 영화. 

 

 

 

 

 

 

2. 자소 (Intimates, 1997, 장지량 감독 /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

 

 

 

 

양채니 , 유가령

개인적으로 퀴어영화 하면 가장 먼저 꼽고 싶은 작품이다. 

물론 2010년대 후반에 정말 멋진 작품들이 많이 나와서 이후에 소개를 할 거지만.. 

그 영화들이 나오기 한참 전에 제작된 영화.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마음의 변화를 나름 개연성 있게 풀어내는 보석 같은 영화다.

웃고 있는 양채니

 

 

홍콩,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영화를 접하게 되었고, 

그 시대를 풍미하던 배우들도 나이에 비해 (?) 많이 알고 있는 편인데, 

여기서 양채니라는 배우를 처음 본 것 같다.

금성무와 나온 영화를 보진 않았어서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영화에서 제대로 보게 되었다.

유가령은 워낙 유명한 배우고, 남편과 더불어 여전히 아직도 중화권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젊은 시절을 보는 재미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왜 퀴어로 보기 모호한가 라는 지점과 퀴어영화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이 묘하게 겹쳐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여주는 플롯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첨에는 조금 집중하기 어려웠다. 

사람을 찾으려는 나이 든 여인과 그녀와 동행하는 젊은 여자가 등장해서 읭? 하는 상태로 보게 되었다. 

젊은 여자는 남친하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난리도 아니고, 아니 이게 무슨 내용이지 싶은데, 

그 나이 든 여인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그제야 뭔가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소녀로서 일생을 독신으로 살고자 맹세한 여인들이 모여있는 천 제작 공장. 

공장 사장은 아내가 7명인 갑부이고, 8번째 아내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녀가 바로 옥환(유가령)이다. 

공장에서 일을 하던 자소녀인 의환(양채니)은 옥환에게 은혜를 입은 기억이 있어서

투기에 눈이 먼 7명의 부인에게 시달리는 옥환에게 도움을 주며 

두 사람이 서로의 프레임에 들어서게 된다. 

더 얘기하면 스포가 살짝 담길 수 있으니 접은 글..

 

 

더보기

이 영화 속 남자들은 이기적이고 자신만 생각하는 소인배로 등장을 하는 바람에, 

두 주인공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감정이 싹트게 된다는 나름의 개연성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이걸 퀴어로 보기가 애매한 지점이 생긴다.

남편이 있었고, 남친이 있었는데 배신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남성들에게 배신을 당하지 않았으면 두 주인공은 연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흔히 말하는 보통의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서로를 사랑해서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이 안 나오는데 

그저 곁에 있어주고 보듬어주는 장면이 전부인데

이것을 퀴어로 보아야 하나? 우정이지 않을까?

혼란을 주는 장면들이 있다. 

 

물론, 옥환은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의환을 사랑하지만, 의환은 아니었다. 

후반부에 들어서야 (남친에게 배신을 당하고,  자살시도 후 옥환에게 구조됨)

옥환을 향한 마음에 우정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제야 퀴어영화로서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환도 분명 어느 지점부터는 사랑이었을 텐데,

사회적 인식과 교육의 영향 때문인지 그 마음을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무턱대고 퀴어라고 하기에 애매한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다 죽어가는 자신을 살리려고 위자료로 받은 전재산을 들여 치료했다는 걸 알게 되면,

바로 사랑의 감정이 생기는 걸까?

미안함이든 뭐든 그때부터 뭔가 마음에 자리 잡긴 하겠지만,

아마 그전부터 차곡차곡 쌓였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그리하여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아니라

종결된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수십 년간 헤어져있다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장면이 참 먹먹하고 아련했다. 

 

 

 

 

 

 

 

 

 

 

 

3. 해피투게더 (Happy Together, 1997, 왕가위 감독 /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해피투게더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해피투게더. 

모두가 말한 명작 중 명작이었는데...

몇 번의 시도 끝에 영화를 다 보았고, 마음이 찡했던 기억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낯선 공간,

친근한 배우들이긴 했지만 낯선 인물 설정 탓에 

첫 시퀀스를 넘겨서 영화를 계속 보기가 쉽지 않았다. 

 

해피투게더 중 현실감 있는데 왜 이렇게 멋지지

 

어떻게 보면 다큐 같고, 어떻게 보면 아닌데 

일단 처음부터 게이 커플이 등장하는 영화,

과장을 보탠다면 그들의 외모 정도이고, 

굉장히 날것처럼 보이는 빈티지한 장면 속에서 그들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해피투게더 중 장첸 (잘생김)

 

"우연히 만남 - 잦아진 만남 - 싹트는 사랑 - 수줍은 고백 - 오늘부터 1일"

이라는 흔하디 흔한 로맨스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고 있지 않아서, 

어린 시절의 나는 이 영화를 보는 것에 실패했다. 

 

하지만 시간은 약이 되었고, 별 뜻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장국영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양조위가 너무 멋있었고, 장첸은 잘생겼었다. 

이별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렇지만 담담하지 않은 심정으로 표현해내는 양조위의 감정연기를 보고

한동안 참 마음이 먹먹했다. 

 

 

 

 

 

 

 

4. 이매진 미앤유 (Imagine Me & You, 2005,  올 파커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

 

 

 

이매진미앤유 포스터

이 영화는 퀴어의 퀴자도 모르던 시절에 마음 아프게 봤던 영화.. 

참고로 절대 마음 아픈 영화가 아니다. 

두 주인공 시점에서 보면 정말 행복함이 가득한 영화고, 

혹여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거나,

사회적 편견에 부딪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보면 행복감과 현타가 동시에 오는 영화가 되겠다. 

이매진미앤유 중 한장면

나는 주인공으로 나온 파이퍼 페라보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코요테 어글리로 얼굴을 알고 있던 터라 

포스터를 아주 대충 보고, 그냥 로맨틱 코미디 겠거니 했는데, 

이게... 퀴어영화였다네... 

 

이매진미앤유 중 한장면

 

어느 포인트에서 마음이 아팠냐고 물으면... 접은 글 참고 

더보기

결혼식 장면이 첫 시퀀스다. 

내가 보려 했던 배우 파이퍼 페라보가 아주 멋진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인데,

이때 플로리스트로 온 여자를 보고 뭔가 다른 감정이 마음에 자리 잡았나 보다. 

쾌활한 성격에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내고 마는 편으로 나와서 

파이퍼 페라보 특유의 유쾌한 미소가 잘 살아서 좋았다. 

남편은 섬세하고 상냥하고 자상한 남자라, 

둘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의 끌림은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바쁜 남편 대신 친구처럼 일상을 나누던 그 플로리스트...

그녀는 레즈비언이었다. 

그녀도 결혼식장에서 처음 본 쾌활하고 호탕한 신부에게 호감이 있었지만,

유부녀를 사랑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잘 정리하고 있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이 커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멀리 떠나 주기로 한다. 

 

그러자, 떠난다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서,

영화 시작 당시 예쁘게 결혼했던 주인공은 결국 그 멋진 남편을 뻥 차 버린다.  

물론 많이 소심하고 착하긴 했지만... 그게 매력을 반감하진 않... 맴찢ㅠ

아내가 점점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참 속상했을 것 같은데.. 

갑자기 안 보던 자극적인 비디오를 보질 않나(레즈 비디오),

엉뚱한 곳에서의 관계를 요구하질 않나 

점점 이상해 지는데도 이 남자가 좀 무뎠던 건 사실이다.

너무 착한 남자여서 보는 나의 마음이 안 좋았을 뿐.. ㅋㅋㅋ  

 

주인공의 사랑은 불륜이었고, 심지어 동성애였고, 

우리나라였다면 김치 싸대기부터 주스 들이붓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들로 

몸과 마음이 상했을 텐데, 

이 영화의 선택은 달랐다.

모두가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고 그녀를 아끼고 사랑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가족들이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심지어 이제는 전 남편이 된 그 남자까지 모두 다 그녀들의 사랑을 지지해준다.

 

아마 오늘 소개하는 퀴어영화들 중에서 가장 판타지스러운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둘은 그렇게 오래오래 잘 살겠지.  

 

 

 

 

 

 

 

5.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 2005, 이안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브로크백마운틴 중 한장면

 

전설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 영화는 해피투게더 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끈질기게 시도해서 

관람을 완료했었다. 

영화관에서 봤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 텐데... 

초반 한 20분가량 나오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잠이 솔솔... 

대자연을 보며 잠이 솔솔... 

 

자연과 참 잘 어울린다

인물의 감정에 따라가면서 보기도 전에 이미

침까지 흘리며 자고 있길 여러 해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졸음 유도영상으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비교적 최근에 끝까지 보고 나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웃픈 이야기. 

양치기는 생각보다 고독한 직업

 

 

 

그 장면을 위한 위대한 서사였던 셈이다. 

마음이 너무 먹먹해져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경험을 했었다. 

아주 치명적인 스포는 접은 글 참고

더보기

히스 레저라는 걸출한 배우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반가움이 있었다.

영화의 시작 부부터 중후 반대까지는

결코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며 

되려 그들과 결혼해서 가정을 돌보고 있는 아내들의 

심정에 이입되다 보니 마음이 복잡했었다. 

특히 아내를 아이 낳는 기계쯤으로 치부하는 히스레저형씨.

어? 그... 어? 그러면 안되지이!

 

그러다가 영화 후반부에 제이크 질렌할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서운함을 표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제야 나도 이입하지 못했던 게 미안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해져 온 비보...

사고로 제이크횽이 죽었다는 이야기.

 

이때부터 히스 레저의 연기가 활활 불타올랐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오랜, 숨겨진 연인의 고향 집에 찾아가 

그가 평소에 장난스럽게 했던 모든 말들이 진심이었음을 알게 되고,

남겨진 그의 옷장 속에서 발견한 셔츠를 보자마자 

오열하기 시작하는 장면은 

지금 떠올리기만 해도 참 슬프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있을 땐 잘 못 느끼는 게 

인간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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