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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전쟁 영화추천 ]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전쟁영화들

by 창조하는 인간 2022. 3. 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침략전쟁을 일으켜, 온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침략전쟁이란 타국을 침략할 목적으로 수행되는 위법한 전쟁으로 국제법상 금지하고 있어 이는 전쟁 범죄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지구 상에서 인류가 생존하고 있는 이래로 단 한순간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시간은 거의 없을 정도로 매 순간 전시상황이긴 한데, 그래도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형태의 전쟁은 한동안 잠잠했다가 이번에 러시아가 감행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교섭권을 가진 두 세력이 충돌해야 전쟁으로 인정된다고 한다. 현재 러시아가 요구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크롬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인정,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 러시아 반군들에게 영토를 넘겨주는 것 등등에 동의해 달라는 것이다. 언제든 회담을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전쟁의 역사

아주 오래전에는 영토분쟁 즉 영역 확장을 위한 전쟁을 일삼았다. 물론 종교나 문화의 보급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토지가 곧 재산이었으므로 종교 전파가 목적이었더라도 다른 나라의 국경을 넘어 그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은 곧 침략이고 전쟁이었다. 제국주의가 만연했을때도 역시 침략을 통해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한다는데 큰 의의와 명분이 있었다. 식민지를 거느리면서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방식의 약탈 전쟁인 셈이다.

세계 1,2차대전부터는 이념 간의 대립이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두 세력이 부딪혀 다른 세력을 공격하고 그 사상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쟁이었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도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걸프전쟁은 석유문제를 놓고 중동국가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다국적의 국가들과의 대립이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가 벌인 석유 분쟁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리벤지 전쟁이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화학무기와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을 위협하므로 그 위험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전쟁이 발생한다. 이는 제2의 걸프전이라고 봐도 무방할듯 하다. 아프간 전쟁은 리벤지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라크 전쟁의 명분은 애매했다. 결과적으로 대량살상 무기는 발견되지도 않았다.

쨌든 그 뒤 한동안 타국에 대한 선전포고와 함께 공격을 감행한 전쟁 소식은 듣지 못했다. 주로 내전이었던것 같다. 내전은 빈번하게 발생하며, 전쟁은 오늘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간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토록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잔인하게 자행되고 있는 민간인 학살이 SNS를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전 전쟁들에서도 발생했을 일들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주로 정치 수뇌부가 규정한 대의명분 때문에 발생을 하고, 그 책임은 민간인들이 지게 되는 최악의 정치적 수단이다. 수뇌부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국방의 의무를 짊어진 군인들이 서로 총을 겨누어야 하고, 그것도 말단의 병사일수록 최전방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죄없는 민간인은 총조차 가지지 못한 채 도망을 가거나 그 자리에서 죽거나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좋지 못하다. (여성은 더 끔찍한 선택지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데도 전쟁이 계속 발생을 하니.. 외교능력이 국제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탁월한 능력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전쟁의 이중적 측면

총기, 무기류 등을 생산하는 국가들은 전쟁이 마냥 괴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2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전락하여 폐해졌던 일본도 한국전쟁 특수로 경제 부흥에 성공했다. 너무 잔인하게도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전시상황인 곳은 비극인 반면 그 주위의 국가들은 떡고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끔 전쟁광들의 대의명분이 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명분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의 침략 상황은 굉장히 유감스럽다. 모든 전쟁에서도 마찬가지 였지만, 결국은 힘없는 민간인만 죽어나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영화의 스토리텔링 소재

그 슬픈 사실에 입각해 오늘은 전쟁의 과정 혹은 결과 중에서 피해자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 작품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전쟁영화는 하나의 장르로 분류될 수 있을 만큼 수없이 많이 제작되었고, 제작비를 많이 들여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는 부류의 영화이다. 그만큼 볼거리가 있어서 관객수를 어느 정도 보장을 하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스토리 측면을 보면 영웅적이고 성공적이고 극적인 전시 당시의 상황을 군인들을 통해 묘사하곤 한다. 총과 칼을 들고 직접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구성하거나, 정치수뇌부의 고뇌와 갈등을 담거나 스파이들에 의한 정치 조작 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승리의 역사 말고,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 전쟁이 끝났음에도 끝나지 않았음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구성해보았다. 줄거리에 대한 설명보다는 묘사된 전쟁의 역사적 맥락이나 영화적 관점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전쟁영화 리스트 

1.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1992, 마이클 만 감독)

2. 진주만 (Pearl Harbor, 2001, 마이클 베이 감독)

3. 태극기 휘날리며 (Taegukgi, 2004, 강제규 감독)

4.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2001, 리들리 스콧 감독)

5.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2021, 류승완 감독)

 

1.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1992, 마이클 만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

라스트 모히칸 재개봉 포스터

 

역사적 배경 : 프랑스 인디언 전쟁 - 윌리엄 헨리 요새 전투 

이 영화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텐데,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인디언 전쟁은 차후에 서양 열강들의 전쟁의 시발점이 되고, 그들의 식민지였던 국가들도 전쟁에 말려들면서 소위 7년 전쟁이라고 불리는 세계대전의 시초가 된다. 귀족사회였던 17~18세기.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이 활발하게 일어나던 그 시기에는 그래도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앞다퉈 전 세계 대륙을 놓고 영역다툼을 하고 있던 시기라고 해도 무방한데 전쟁이 난 지역에서는 패잔병을 죽이지 않고 본토로 돌려보내 주는 식의 귀족 간 전쟁 매너(?) 같은 게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깨지면서 두 나라 간의 전쟁으로 치닫게 되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원주민들과 유럽인들과의 소통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으르렁대는 영국과 프랑스라고 할지라도 같은 백인이 원주민에게 포로로 잡히거나 하는 꼴을 볼 수 없어서 포로로 잡힌 이들을 풀어 달라며 원주민들에게 돈을 주게 됐다. 영국 포로들이 잡혀있을 때 프랑스인이 풀어달라며 돈을 줬는데, 원주민들은 백인을 잡아 데려가면 노예로 사주는구나 싶어서 잡히는 족족 프랑스령으로 데려다줬다고 한다. 그렇게 포로도 누적되고 고립되어가던 영국이 일명 윌리엄 헨리 요새 전투에서 패하게 되자 프랑스에서는 귀족적인 매너로 그들을 본토로 귀환할 수 있게 조치해주었는데, 보고 있던  원주민들이 그 상황을 오해하여 영국인을 학살한 사건이 이 영화의 배경이 된다. 영국은 프랑스의 지시로 원주민들이 학살을 한 것이라 생각하여 후에 7년 전쟁으로 번지게 된다. 그 세계 전쟁에서 영국이 최종 승리하면서 대영제국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라스트 모히칸 재개봉 포스터

 

원주민들간의 대립

이렇듯 북미 지역은 영국과 프랑스의 대립이 치열한 곳이었다. 영국은 지금의 미국 위치에 있는 곳을, 프랑스는 캐나다 위치에 있는 곳에 각각 영지를 확보하고 있었다. 원래는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교역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었지만, 영국인들은 아예 정착을 할 목적으로 들어와서 세를 키웠기 때문에 뉴욕 인근은 영국이 점령하다시피 하게 되었다. 터전을 놓고 영국인과 원주민들과의 마찰도 빈번하였다. 

한편 북미의 원주민들과 유럽인들간의 교역이 원주민들에게 대량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면서 원주민들 사이에 고통이 증가했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전쟁을 통한 장례의식 차원에서 전쟁이 빈번했다고 한다. 이때 살아남은 강한 부족들이 유럽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영국령에서는 개신교를, 프랑스령에서는 가톨릭을 믿는 쪽으로 나뉘어 부족 간에도 대립의 날이 서게 된다. 분쟁이 치열했던 곳이 바로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어지는 긴 수로가 있는 지역이었는데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조지 호수가 입구쯤 된다. 모히칸족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은 영국과 친밀했던 부족이고 영화에서 악랄하게 나오는 원주민들은 프랑스령의 원주민들이다. 

 

 

영화 속 앨리스 먼로
라스트 모히칸 중 한장면

 

 

원주민에 대한 오해 

이 영화는 역사적 맥락과 흐름을 좀 더 정확히 알고 보면 재밌겠지만, 그냥 봐도 이해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원주민들이 자행한 학살을 더 부풀려서 야만적 행위로 과대포장 되어있는 소설이 기반이다 보니 원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은 아쉽다.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이고 실제 살해당한 인원보다 5배~6배 정도는 더 부풀려 버림으로써 차후에 북미지역에서 인디언을 추방하는 명분으로 계속 활용이 된다. 원주민 하면 야만적이라고 하는 관념이 자리하면서 원주민 학살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거기에 캐나다 내에서는 여전히 프랑스어권과 그 외 지역간의 갈등이 남아있게 되었다. 

먼로의 딸들이 모히칸족의 호위를 받아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전쟁에 패해 대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장면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다. 영화에 이입하자면, 죽임을 당할 것을 알고 슬픔을 간직한 채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앨리스의 모습이 너무 긴 여운으로 남아서 안타까웠다. 

 

 

 

2. 진주만 (Pearl Harbor, 2001, 마이클 베이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진주만 포스터

 

진주만 공습

1941년 미국령인 하와이 진주만이 일본군에 의해 공격을 당하면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되는 시발점이 된다. 이후에 미드웨이 전투나 태평양전쟁으로 번지며 미국이 제대로 리벤지를 하기 시작하고 그것을 다룬 전쟁영화들은 쏟아진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전쟁의 표면보다는 그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주인공을 둘러싼 전시 상황들을 묘사하고 있고, 전쟁에 대응하는 미국 수뇌부의 모습도 보여준다. 진주만 공습을 강습한 일본군 개개인이 잔인하게 나오지 않는데, 어쨌든 그 이후에 나오는 장면은 참담하다. 진주만은 아무런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일본에게 공격을 받게 되고 손 쓸 수도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는다. 민간지역을 가리지 않은 폭격과 격침된 전함을 계속 폭격하는 등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었다. 군인들은 죽어갔고 민간인들도 다수가 사망하면서 폭격이 휩쓸고 간 자리는 비극적인 참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때 상당히 비장한 음악과 함께 처참한 풍경을 보여준다.  

 

 

진주만 중 한장면

영화 속 인물들

조국을 위한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레이프는 신체검사를 해주던 에블린을 사랑하게 되고, 둘은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레이프가 사망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게 된다. 상심이 큰 에블린에게 레이프의 절친이었던 대니가 곁에 있어주게 되어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다 레이프가 살아 돌아오게 되고, 대니에게 분노하며 에블린에게 왜 대니와 헤어지지 않냐고 묻지만, 이미 에블린은 대니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이런 치정관계의 멜로스토리인 줄 모르고 봤던 영화였고, 레이프 역의 벤 애플렉, 대니 역의 조시 하트넷, 에블린 역의 케이트 베킨세일이 너무 이쁜 시절이라 눈호강 정도로만 생각하며 보게 됐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었구나... 

 

 

진주만 중 일본 폭격 직전 장면

미국의 일본 폭격

어쨌든 레이프와 대니는 함께 일본을 공습하는 작전에 투입되고, 일본 본토가 미국의 폭격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참 묘한 장면이다. 앞에서 초토화 됐던 진주만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리벤지라는 명분 맞는 건데, 어찌 됐든 일본에 사는 민간인들이 그 폭격으로 대거 사망하게 되니까 이건 또 무슨 비극인가 싶은 것이다. 다만, 식민 지배를 받았던 조상님들을 생각하니 참 여러 감정이 들었다. 걔 중에는 조선인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무차별 공격에 무차별 공격으로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고서 어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대체 민간인들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폭격을 한 레이프와 대니도 결코 안전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본군의 레이더에 포착되기 전에 공격을 감행하느라 연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진하였고, 결국 살아남는 것은 각자의 몫이 되었다. 일본군이 있는 지역에 먼저 추락한 레이프는 살아 남기 위해 저항하고, 뒤이어 추락한 대니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대니는 이 전투에서 사망하고 자신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사망이라 친구에게 아이를 키워달라 부탁하게 된다. 레이프와 에블린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나지만, 과연 행복할까 하는 궁금증은 생긴다.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액션신이 돋보이는 영화다. 트랜스포머도 마찬가지였지만, 사람 간의 액션보다는 주로 비행기나 로봇의 격동적인 액션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극 중 인물들도 환호하지만 그걸 보며 관객들도 감탄하게 되는 것 같다. 시각적인 쾌감이 돋보인다는 느낌. (아무리 긴박한 순간이어도 어딜가나 사랑이 있다..)   거기다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이면 스케일은 보장되는 대작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보면 사실 CG 장면은 아쉽게 느껴지지만 기습 폭격을 맞는 사람들의 긴박한 모습이나 생존하고 싶은 인간군상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시를 내리는 냉정한 수뇌부의 모습도.. 

 

 

 

3. 태극기 휘날리며 (Taegukgi, 2004, 강제규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 플레이, 유튜브)

태극기 휘날리며 포스터

 

민간인에 대한 이야기

대한민국 천만영화의 시대를 연 작품 중 하나로 전쟁영화 하면 빠뜨리지 않고 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토리텔링 부분에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한국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눈물 쏙 빼놓는 장면들 위주로 전쟁의 비극과 함께 잘 엮여있는 영화이다. 다른 전쟁 작품들도 많고, 비극적 역사를 다룬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니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고 이은주가 맡았던 영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수많은 전쟁영화들이 앞서 말했듯 전쟁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진태 (장동건)와 진석 (원빈)의 전장에서의 모습,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모습 등으로 대부분이 이루어져 있지만 간간히 그 두 형제의 가족들의 이야기도 펼쳐지는데 그 부분이 참 비극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공식 이미지

동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 

한국전쟁에 대한 배경은 한국사람이라면 모를수 없는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1945년 연합군에 의해 패망한 일본이 그간 수탈해오던 조선을 내팽개친다. 패전국의 식민지들은 연합군에 의해 관리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독립을 맞이한 사람들은 급히 새로운 국가에 대한 구상을 하지만 남쪽은 미군에 의해, 북쪽은 소련에 의해 간접적인 통치가 이뤄지면서 그 세력이 두 개로 나누어지게 된다. 통일된 국가를 위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남한은 남한만의 정부를, 북한은 북한만의 정부를 수립하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데 이념 대립과 더불어 한민족이 갑작스레 두 갈래로 나뉘게 되었다. 언젠가는 다시 합치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달랐던 만큼, 기습적으로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에 북한이 무방비 상태인 남한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6.25 전쟁이라고 불리는 비극이 되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특히 남한과 북한의 경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큼 황당한 경우도 없을 것 같다. 어제는 분명 건너땅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 넘어가지 못하게 되고, 전쟁이 발생한 것이다. 아무런 대비 없이 맞이한 전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젊은 남자들은 군인으로 차출되고, 노인, 여성, 아이들은 전부 짐을 싸들고 군대를 피해 피난을 가야 했다. 물론 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지역에 따라 다른 것이고 수도권 지역 대부분은 피난 행렬에 몸을 실어야 했을 것이다. 열차 위에 사람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이라던가 한강대교가 폭파됐다던가 하는 모습은 지금 봐도 너무 끔찍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일본의 핍박을 받으며 고통스러웠는데, 다 끝난 줄 알았던 고난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태극기 휘날리며 중 영신

 

민간인의 관점 : 영신 (국민보도연맹학살 사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영신은 진태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갑자기 터진 전쟁에 피난을 준비하다 진태와 진석이 모두 군대로 징집되면서 그들의 가족들을 책임져야 했다. 식솔들이 많고 몸이 약했던 노모를 이끌고 급히 떠날 수 없었던 영신과 그 가족들은 끝내 피난을 가지 못하게 된다. 국군이 북을 압박하며 평양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중공군에 의해 밀려 퇴각하면서 진석과 진태는 고향에 있는 영신을 만나게 된다. 이제는 완전히 남쪽으로 밀리지 않고 일정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그 틈을 타 남한은 국민보도연맹학살사건을 일으킨다. 영화에서 영신은 이 학살의 피해자가 된다. 국민보도연맹학살사건은 1950년에 발생한 민간인 대학살 사건으로 10만 명에서 최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빨갱이 색출. 정부는 철저히 은폐하고, 미군도 개입한 증거가 있지만, 현재에도 이 사건의 진상은 조사 중이다. 영신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장부에 이름 석자 쓰고 쌀을 받았을 뿐인데, 빨갱이로 몰려 죽임을 당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진석은 영신을 데리고 빨리 피신하지 않았던 진태를 원망하며 형제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러닝타임 2시간 남짓 되는 영화가 3년이나 지속된 전쟁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순 없었지만, 시간상의 오류나 설정상의 과장이 있다고는 해도 어쨌든 민간인 학살사건을 외면하지 않고 가족의 비극 중 한 장면으로 묘사하면서 참혹했던 전쟁의 참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중 진태와 진석

 

형제의 비극 : 진태와 진석

남다른 우애를 자랑했던 진태, 진석 형제는 전쟁을 통해 서로 적이 된다.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안에서 개개인의 사정이나 감정은 사사로운것으로 치부되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세력에 의해 한 가족이 무참히 짓밟히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진태는 전쟁 영웅이 되지만, 한동네에서 어울려 지내던 아이가 북한군 포로로 잡혀오자 모르는 척 빨갱이로 생각해버리게 됐고, 영신은 가족을 굶길 수 없어서 이름 석자 쓰고 쌀을 받았을 뿐인데 빨갱이로 몰려 반공 부대에 의해 사살당하게 된다. 진석은 만 18세가 겨우 넘은 상태로 전쟁에 징집되어 형이 변하는 모습에 괴로워하고, 영신이 죽은 것에 충격을 받는다. 이후 형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지만, 인민군이 되어 다시 만난 형은 여전히 자신의 형이었음을 알게 되고, 끝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형의 유골을 50년이 넘어서야 찾게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 중 진석

 

 

영화의 줄거리는 접은글 참고 

더보기
진태는 가장으로서 동생을 제대시키기 위해 위험한 작전도 마다하지 않고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데 진석은 그런 형을 보며 마음이 심란하다. 동생의 제대를 약속 받은 진태는 전쟁영웅이 되어가고 있었고, 국군은 전쟁의 우세로 평양까지 진군하게 되었다. 진태는 점점 비정한 군인이 되어가고 한때 같은 동네에서 지냈던 아이가 포로로 잡혀와도 아는척 하지 않는다. 그런 형을 보며 울분이 쌓이는 진석은 형의 모습이 안타깝고 형제간의 갈등은 심화된다.
국군의 계속 되는 승리로 진태는 무공훈장을 받게 되지만 중공군의 가세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포로로 잡혀 있던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자 진태가 모조리 쏴죽인다. 진석은 그런 진태의 모습을 보고 분노가 폭발한다. 후퇴하던중 집에 들린 진석은 반공부대에 영신이 잡혀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반발하다 자신도 잡혀간다. 영신의 처형직전에 진태가 나타나 영신을 구하려 하고, 진석도 탈출하여 진태와 영신을 피신시키려 한다. 그 과정에서 영신에 대한 질나쁜 소문에 마음이 흔들리던 진태가 잠시 고민하던 순간에 반공부대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영신은 총에 맞아 사망한다. 이 사건으로 형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진석은 형에게 화를 내고 돌아선다.
진석의 제대만을 노리고 계속해서 전공을 세우던 진태는 후퇴하는 과정에서 바뀐 중대장과 진석의 제대문제를 놓고 마찰을 일으킨다. 애초에 제대시켜준다는 약속 자체를 무효화하고 반공분자 영신을 옹호하던 진석이라며 창고에 가둬둔채 풀어주지 않고 모두 사살하라고 명령하는 중대장을 죽인 진태는 이후 불타는 창고를 바라보며 동생이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때 북한군이 쳐들어 오게 되고 진태는 그들에게 붙잡힌다.
시간은 흘러 진석은 다행히 살아남아 국군병원에 있었고, 진태는 북한군이 되어 국군을 압박하고 있었다. 진태의 행적을 파악한 국군은 진석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너도 빨갱이냐 추궁하고, 동생은 자신이 죽은줄 알고 북으로 갔을거라며 형을 만나겠다고 한다. 제대를 일주일 앞둔 진석은 최전방으로 가 진태를 만나고자 하지만 국군이 쉽게 승낙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않게 월북하게 되어 북한군에 붙잡히는데 때마침 쳐들어온 국군에 의해 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진태의 깃발부대도 등장하면서 진석과 진태는 결투를 벌이게 된다. 진석이 살아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 진태는 한동안 동생을 알아보지 못한 채 계속 공격을 퍼부어 대지만, 가족들과 영신의 이름을 듣는 순간 동생임을 확신한다. 계속 몰아치는 북한군의 공격에 퇴각해야 하는 상황, 진태는 진석을 먼저 피신시키고 자신은 기관총으로 북한군을 공격하다 사망한다.
그로부터 53년뒤, 진태의 유골을 발굴했다는 소식에 할아버지가 된 진석이 그 모습을 확인하고 눈물흘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4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2001, 리들리 스콧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블랙호크다운 포스터

소말리아 내전의 배경

1993년 소말리아, 수도인 모가디슈는 아이디드 장군을 중심으로 한 군부가 점령하여 장악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로부터 들어온 모든 구호품을 약탈하여 세력 확장에 이용하느라 민간인들은 굶거나 사살당하는 등의 비참한 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다. 소말리아 내전의 시작은 소말리아가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대통령이 됐던 셰르마르케를 1969년에 암살했던 사이드 바레를 쳐내는 것 부터였다. 셰르마르케 이후 쿠데타로 무려 22년간 장기집권한 시아드 바레 정권을 끝내고자 궐기한 다른 정치집단 (USC)에 의해서 행해졌다. 바레는 자신의 씨족에게만 권력을 몰아주었고, 다른 씨족은 철저하게 정치에서 배제되었는데 이에 불만을 품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그들 집단 자체가 단일한 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열하기 시작했고, 알리 마디 무하마드의 임시정부와 USC (United Somali Congress 통일 소말리아 회의)를 이끌고 있던 무하메드 파라 아이디드 간의 권력다툼이 생겼다. 이를 중재하기 위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UNOSOM이라는 작전을 펼쳐 두 세력 간의 휴전협정을 감시하려 하였으나 아이디드의 반발이 심해지고 사태가 악화되니 무장세력 투입이 불가피 해졌다. 아이디드의 민병대는 세력의 강화와 지지도 확보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보급하는 식량을 탈취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계속되는 무장세력과의 대립으로 사상자가 나온 UN은 미국에 미군 파병을 요청하게 되고 미군이 투입되자 잠시나마 무력으로 소말리아에 안정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는 다시 주도권을 미국에서 UN으로 넘기게 되고 1993년 5월이 되면 미군은 소말리아에서 거의 다 빠져나가거나 후방배치된 뒤 UN의 다국적 군대가 투입되게 된다. 

 

미군의 재개입

UN은 평화유지군의 이름으로 보다 안전한 교섭을 시도하고자 하였지만, 무장세력과의 충돌이 나날이 거칠어져 점점 더많은 인원이 충원되어야 했다. 아이디드의 군대는 자신들의 구역인 만큼 교전 시에도 대등한 수준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사망한 파키스탄 군을 끌고 다니는 모습을 매스컴에 뿌리며 UN군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은 할 수없이 추가로 병력을 파견하게 된다. 파견된 미군들이 목표물 설정을 잘못하여 민간인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UN군과 아이디드가 아닌 미국 대 소말리아라는 대립각이 세워지기도 한다. 여론이 악화되자 미군은 소말리아에 병력을 적극적으로 파병하여 아이디드의 세력을 붕괴시키고 이 상황을 빠른 시일 내에 돌파하고자 한다. 

 

 

영화 블랙호크다운 중 한장면

모가디슈 전투

영화의 배경인 모가디슈 전투는 1993년 10월에 발생한 전투로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속칭 UN이 1992년에 시행한 UNOSOM 작전에 연관된 모가디슈의 파키스탄 군기지를 공격하여 사상자를 냈던 아이디드의 군대가 미군과 대치하여 19명의 미군을 사살, 1000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전투다. 이후 소말리아에서는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 모가디슈 전투를 1차로 칭하기도 한다. 영화는 미군의 시점으로 표현되어 아슬아슬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잔인한 총격전이 오고 가는 현장의 모습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의 전쟁 묘사는 추후 다른 영화들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사실적이라고 한다. 끝없이 밀어닥치는 민병대와 수적으로 열세인 미국 군인들의 전투는 비극으로 치닫았고, 부상당해 괴로워하는 군인들의 모습과 무미건조하게 대기하라고 말하는 무전기 속 목소리가 교차되는 장면이 수차례 등장한다. 민병대를 과소평가해 세운 작전은 자국의 군인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동료가 죽어도 슬퍼할 겨를 없이 다시 생존을 위한 사격 해야 하고, 한 명도 빠짐없이 데리고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은 비장하다. 포격에서 살아남은 군인들과 부상을 당한 군인들은 왜 전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아이디드 군대는 사망한 미군의 시체를 마구 끌고 다녔고 여론을 몰았으며 미국 내에서도 반전의 목소리가 드높아져 결국 병력을 철수하기에 이른다. 

 

블랙호크다운 

책으로도 나오고 영화로도 나왔지만, 영화가 훨씬 익숙하다. 지금은 한자리에 모으기도 힘든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영화 내내 총격전이 끊이질 않아 생존을 위협받는다. 누가 누구 였는지 모를 정도로 긴박한 상황들이 대부분이고, 무사히 살아남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고 몸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 그런 동료들을 바라보는 군인들 모두 내가 영화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해준다. 미국이 만든 전쟁영화는 항상 미국의 패권주의가 녹아들어 강한 미국만이 세계의 영웅이라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이 영화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정치적 맥락 속에서 희생되는 군인들이나 민간인들의 모습을 지우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전쟁은 곧 생존싸움이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작전을 펼치는 것은 맞지만 막상 전시상황에 직면하는 입장에서 보면 매 순간순간이 지옥이 따로 없다. 군인이 전쟁에서 소모되는 방식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다. 나중에 미국은 아이디드와 협상을 하게 되고, 모가디슈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군인들은 그 전투로 동료까지 잃었으나, 아이디드를 호송하는 임무까지 맡아야 했다. 

 

 

 

5. 모가디슈 (Escape from Mogadishu, 2021, 류승완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 플레이, 유튜브 (유))

 

모가디슈 포스터
모가디슈 포스터

 

영화의 배경

오늘 소개할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최근작이다. 블랙호크다운의 모가디슈 전투가 일어나기 2년 전, 바레의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세력이 분열하여 발발한 내전의 시작점에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바레 정부 이후 임시정부에서 권력을 잡은 알리 무하마드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한 아이디드가 1990년 12월 30일 모가디슈를 점령하면서 민병대가 걷잡을 수 없이 여러 곳을 파괴하는데, 그중에는 한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 등 국제적으로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한 공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민병대의 방해로 항공기의 이착륙이 쉽지 않았고, 은행 및 공공기관이 마비되어 모가디슈에 고립된 한국, 북한 대사관들은 서로 협동하여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탈출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모가디슈이다. 

 

모가디슈 중 한장면

류승완 감독의 액션영화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액션 장면보다 훨씬 스케일이 커진 액션이 박진감을 더 한 것은 사실이다.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다만,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말밖엔 안 나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모가디슈 한복판에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모로코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는데, 앞서 소개한 블랙호크다운도 모로코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카체이싱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손에 땀을 쥔다. 안타깝게도 북한 서기관 한 명이 사망을 했던 실제 상황을 가져와야 했지만 어쨌든 거의 대부분 생존하여 무사히 탈출하기까지 했으니 영화적으로도 이보다 더 완벽한 서사는 없을 것 같다. 영화여서 그만큼 생존하게 된 것인 줄 알았다. 분명 살아남기 힘들 정도의 포격으로 보였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이고 총기류의 직접적 사용을 본 적 없는 터라 영화를 통해 그 상황을 간접 체험하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모가디슈는 전시상황체험의 교본 같은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가디슈 중 한장면

 

개인적 견해 

개인적으로 한국의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제적 포지션에 조금 당황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국가였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다. 한국과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휴전상태에 놓여있는데,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위해 무던히 노력하던 시기가 비슷했고, 서로 견제가 심하던 시기였으나 결국 살아 남기 위해서 힘을 합치는 장면을 보곤 감동적이지만 씁쓸했다. 이제는 한민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문화적인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인구절벽에 대비해 다민족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어쨌든 의도하지 않게 갑자기 분단됐던 비극을 수습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라본다. 전쟁으로 인한 평화 말고, 그전에 외교적인 방식으로 맞는 평화였으면 좋겠다.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는 훈훈함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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