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이론공부

[ 영화추천 ] 찬란한 봄, 벚꽃이 아름다웠던 영화들

by 창조하는 인간 2022. 3. 30.

얼마 전에 부산 동래 온천천에 다녀왔다.

아직 조금 덜 피긴 했지만, 부분부분 만개한 나무도 있었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온천천은 처음 가보는 터라 그 화사한 모습에 매료되었었다.

코시국에 남아나는 가게가 없어 폐업하거나 사람이 몰리는 곳에만 엄청 몰리는 등 정신은 없었지만, 오랜만의 봄 나들이에 신났었다.

가게는 카카오맵에 없으면 폐업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가게마다 메뉴도 바뀌어서 가기 전에 꼭 검색을 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온천천에서 본 벚꽃

 

아직 바람이 차고, 간간히 비소식도 들려서 이 짧고 화려한 며칠 남짓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긴 겨울내내 봄날의 꽃놀이를 그리워했던 것은 아직은 청춘 청춘 하고 싶은 강한 열망 때문이지 않을까..

작 청춘은 그 짧은 시간들의 소중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보내기도 하는 것 같다.

온천천에는 커플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많이 포착 되었는데, 그 짧은 순간들을 영원의 시간으로 기억하길 바란다.

짧기 때문에 여운이 강하게 남고, 어떨 땐 슬프고 아련하다.

아직 슬플 단계 아니고 늘 어여쁜 단계겠지만, 일 년 중 가장 화려한 봄날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가면서 깨닫는 게 슬플 뿐..

오랜기간 기다려지, 가까이 왔을 땐 머물고 싶지만 어느샌가 흘러 지나가 버리는, 그래도 항상 돌아보게 만드는 그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한 영화를 보면서 봄이 왔음을 만끽하길 바란다.

 

 

  1. 초속 5센티미터 (5 Centimeters per Second, 2007 제작, 신카이 마코토 감독)
  2.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허진호 감독)
  3. 너는 내 운명 (You’re my sunshine, 2005, 박진표 감독)
  4. 바닷마을 다이어리 (Sea Town Diary, 201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5. (외전)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이와이 슌지 감독)

 

  • 구독중인 OTT 중 시청 가능한 것을 표기해 두었습니다. 
  • (유)는 단품 구매 상품입니다. 

 

1. 초속 5센티미터 (5 Centimeters per Second, 2007 제작, 신카이 마코토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초속 5센티미터 포스터

 

닝타임이 약 1시간인 이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로 남자 주인공 타카키의 일생의 세 단면을 보게 된다. 소년시절, 청소년 시절, 청년시절로 구분하여 옴니버스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진 않다. 서사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표현한 영화인 것이다.

소년 시절, 좋아하게 된 소녀와 내년 벚꽃도 함께 보기를 약속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앞에서 닿을 수 없는 어떤 벽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벽은 어른들의 말로 자연스러운 멀어짐”,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짐등 각자 처한 상황과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발생하는 멀어지는 현상의 원인이다.

어릴 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의 벽은 그렇게 생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그것이 결코 물리적인 거리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의 삶에서 좋았던 순간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는 것이 기적이고 인간 승리였던 셈.

 

초속 5센티미터 중 한장면

 

청소년 시절의 카키는 소년 시절의 소녀를 마음에 품고 있어서 다가오는 사람에게 마음의 공간을 내어주지 않고 철저하게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다. 이 때 소녀는 다시 한번 벽을 마주하게 된다. 타카키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영원에 도전하는 우주비행사들처럼 거슬러가는 것에 대한 동경을 하며 자신의 첫사랑을 짊어진 채 끙끙 앓고 있다.

청년 시절의 타카키는 드디어 물리적으로 해방된 상태에서 그녀와 스치게 되지만, 끝내 그녀를 따라가보진 않는다. 그동안 살아왔던 모든 시간들이 벽이 되어 이미 건널 수 없는 어떤 것을 건넌 느낌. 이제 더이상 소년 시절의 마음이 머물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첫사랑은 그렇게 열병처럼 머물렀다 사라지며 한 남자의 삶에 강한 여운을 남겼다. 마치 벚꽃이 활짝 피었다가 흐드러지게 흩날리며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듯이. 초속 5센티미터라는 제목도 대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 벚꽃이 낙하는 속도라기 보다는 꽃이 조금 더 머물기를 바라는 감정적 묘사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2.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 허진호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라면 먹고 갈래요?로 너무나도 유명해진 그 영화.

우리 모두는 상우로 시작해서 은수로 끝난다는 그 영화.

제목마저도 봄날은 지나가 버린다는 여운이 남는 영화.

 

봄날은 간다 포스터

 

이 영화는 배우들의 외모가 리즈이고, 2000년대 초반의 그 푸릇푸릇함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더군다나 상우가 극 중 자연 속 바람의 소리를 담기 위해 붐 마이크와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그 소리를 한번 들어본 사람에게는 힐링의 기억을 되살린다.

 점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힐링이 많이 필요할 상우이기 때문이다이영애언니 넘 예뻐..

 

봄날은 간다 중 한장면

 

상우의 사랑은 서툴렀고, 급했으며 한 곳만을 집요하게 바라보다 지치게 되어버렸지만, 은수는 달랐다. 은수의 사랑이 가벼웠다 말할 순 없지만 상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였던 건 사실이다. 상우의 단계를 거치다보면 은수에 도달하게 된다는 삶의 진리를 살면서 겪어봐야 심하게 와닿는 영화...

처음부터 건네는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고, 상처가 쌓여있는 은수는 섣불리 쉽게 마음을 다 주지도 않았다. 가벼워 보였던 이유는 일부러 거기까지만 마음을 열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우는 전부 다 줄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에게서도 다 받길 원하면서 은수의 마음이 점점 불편해지고 만다. 냉정한 말이지만 사랑에도 기브앤테이크의 균형이 적절해야 그게 오래가지..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하니 너도 나를 이 정도는 사랑해줘야 하지 않냐는 초심자의 태도는 상당히 이기적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사람의 의도는 그렇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봄날은 간다 중 한장면

 

쨌든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여느 커플과 다르지 않았던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에서 씁쓸하지만 봄날은 그렇게 지나감을 알 수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날 좋은 날의 이별 엔딩 장면은 현실적이고도 가슴 한편이 아파오는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는 대사에 무척 공감했었는데, 살다 보니 사랑은 다양하게 변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슬픈 마음에도 벚꽃을 보면 또 설레는 게 사람의 마음. ㅋㅋㅋㅋ 사랑은 사람에 따라 변해간다. 내가 머물러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도 머무를 수가 없고, 그래서 상대방의 사랑도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해야지.

이론적으로는.

 

 

 

3. 너는 내 운명 (You’re my sunshine, 2005, 박진표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하는데, 최루성 멜로 영화 계보를 이어가는 형태로 잘 짜인 영화이다. 이 영화로 황정민 배우의 유명한 밥상 소감이 탄생하게 되었다.

 

너는 내운명 포스터

 

사실 이야기 자체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다시없을 사랑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오늘날 보기에 다소 거리감이 생겨버린다. 요즘 서른여섯 살 남자들이 보면 기겁할 모양새를 하고 계시는 남자 주인공ㅋㅋㅋㅋㅋ

예전에는 서른여섯이 정말 너무 많은 나이처럼 느껴졌는데, 어째서 요즘은...

 

너는 내운명 중 한장면

어쨌든,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사랑의 쓴맛을 배우고 다져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한방에 콱 꽂혀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람도 있다. 드라마에서는 주로 이런 류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어서 사랑에 대한 환상이 매우 몹시 아주 엄청 커지지만, 이게 정말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보면 정말 쉽지 않다.

너무도 멋진 사랑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제 3자의 입장으로 보게 되는 순간 나는 멜로 영화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인간이 되었구나 하는 어떤 상실감에 시달리게 되겠지...

다행히 아직은 감동을 받고 있는터라, 벚꽃이 활짝 핀 곳에서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이 예쁘게 다가왔다.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그의 바글바글한 헤어스타일 빼고 말이다.

 

 

 

4. 바닷마을 다이어리 (Sea Town Diary, 2015,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봄에는 꼭 연인과 함께해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옆에 있기도 하지만 어떤때는 혼자인 경우도 있는 우리네 삶. 결국은 나와 꽃만 남게 될지라도 ㅋㅋㅋ

가족들과 함께 보는 꽃도 좋을 텐데, 이 영화에서도 가족이 꽃 보러 가진 않았다. 풋풋한 청소년 둘이서 자전거를 타며 낭만적인 벚꽃터널을 지나는 장면 그냥 엄마 미소로 보게 되었.

바닷마을 다이어리 포스터

 

이 영화의 경우에는 꽃과는 별개로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 보듬어 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넓은 범주에서의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아버지는 바람을 대체 왜 이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겨진 딸들도 이미 셋인데, 여기에 이복 여동생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어머니는 사실 그 아이를 보는 시선이 달갑지가 않다. 이때 나라면 대체 어떻게 이 아이를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것 같은데, 다행히 영화는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힐링이란 이런 것이라고 당당하게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연인에게도 각자의 마음을 존중해야 하듯, 가족 간에도 결국 각자의 삶이 다르고 마음이 다름을 인지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될지라도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어떤 강한 소속감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는지 알게 해주는 영화. 꼭 혈연이 아니어도 곁에 늘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삶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바닷마을 다이어리 중 한장면

 

 

사랑은 벚꽃처럼 피고 지며 알 수 없는 내일에 불안해 하지만, 가족은 내년에 또 피겠지 하면서 내년에 못 보면 내후년에 보지 뭐 하면서 되려 그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묘한 안정감을 주니까 인간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

사랑도 결국가족이 되듯이 말이다.

올해 꽃놀이는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5. (외전) 4월 이야기 (April Story, 1998, 이와이 슌지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4월 이야기 재개봉 포스터

 

4.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4월에 학기가 시작하나 보다. 코시국에 대학을 가게 된 그래서 캠퍼스에서의 생활을 잘 모르는 학번이 등장했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나도 딱히 캠퍼스의 낭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날 좋은 날 캠퍼스를 거니는 기분만큼은 좋았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도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어색함 이런 게 잘 표현되어있어서 공감되었다.

다만, 누군가를 얼마만큼 짝사랑하면, 나의 진로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을까?

 

4월 이야기 중 한장면

 

 

한마디 해보려고 이렇게까지 용기 내어 움직이는 주인공을 보고서는 초속 5센티미터 무릎 꿇으라고 하고 싶었다. 이런 추진력에도 결국 봄날은 갔다. 4월의 풋풋함을 담고 있는 옛날 영화. 서정적인 봄날의 분위기가 매력적인,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감성이 돋보이는 영화. 그렇지만 먼 미래에서 보기에는 다소 세대차이가 느껴져서 나이 든 게 실감나버린 영화였다. 그래도 누군가와의 그 시절 그 마음이 아련하게 남은 사람이라면 한번 정도는 잔잔한 이 분위기에 심취해도 좋을 듯하다. 혹은 그게 지금 현재 진행형이라면 더더욱 +_+.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