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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 영화추천 ] 주식, 경제, 금융 관련 영화들 (4) (라스트홈, 더컴퍼니맨, 블랙머니)

by 창조하는 인간 2022. 2. 25.

은퇴는 강퇴?

은퇴 준비는 언제부터 하면 좋을까?

어느 정도가 되면 은퇴를 할 수 있을까?

요 몇 년 사이 강하게 불던 욜로나 갓생 열풍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회사원들의 투잡 열풍도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경우에는 현실에 안주하기 쉬워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월급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살면 살수록 돈들일은 많아지는데, 과연 어느 정도로 준비를 해두어야 편안한 노후를 맞이 할 수 있을까?

 

 

명예로운 퇴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할까?

회사에 헌신한 인물이 명예롭게 퇴직하는 순간, 퇴직금도 좀 두둑히 챙겨주고 하는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에는, 인간의 수명이 너무 길다. 60에 은퇴를 해버리면 남은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해서 실질적으로 70대가 되어서도 현업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나이대에 맞는 일자리라는 것이 박봉에 처우가 별로 좋지 못한 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일이라도 있으면 괜찮은데 없는 경우에는 연금으로 겨우 살아가거나 성공한 자식들에게서의 보필을 기대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절망적인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

 

 

노인 복지, 더이상 멀지 않은 이야기

1인 가구가 많아지고 비혼률이 높아지면서 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부양가족이 없는 독거노인들의 노후에 대한 복지 수준이다. 회사는 직원을 책임지지 않는다. 국가도 나를 책임져줄 수 없을지 모른다. 이 점을 일찍 깨달은 젊은 세대들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일찍 자리를 잡고자 투자를 하고 영혼을 끌어모아서 집을 산다. 이렇게 노력한들, 미래에 과연 명예롭게 잘 살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다.

 

 

영화 선정 이유

지난 포스트에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룬 영화들을 살펴보았는데, 어떤 영화도 피해자들의 삶을 보여주진 않았다. 부정한 비리가 있었고, 처벌받지 않았고 책임지지 않았던 뻔뻔한 자들의 민낯을 고발하는 정도로 끝난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들의 상황으로 들어가 보는 영화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몰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책없이 보여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어느 정도는 해쳐나가고 있는 모습, 나름 근성있는 인간의 이야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와는 관계없이 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노동과 자본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선정한 영화가 있고, 한국에서 발생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였던 론스타 사태를 다룬 영화도 선정해 보았다. 시스템과 끊임없이 대립하고 타협하며 앞으로 살아갈 일에 대한 대비를 해두어야 하는 만큼, 부조리한 시스템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가는지 많은 생각을 남기게 되는 영화들이다.  

 

 

1. 라스트홈 (99 Homes, 2014 제작, 라민 바흐라니 감독)

2. 더 컴퍼니 맨 (The Company Men, 2010, 존 웰스 감독)

3. 블랙머니 (Black Money, 2019, 정지영 감독)

 

  • 멤버십으로 구독 중인 OTT에서 감상이 가능한지 여부를 표기해두었습니다. 
  • (유)라고 써둔 부분은 멤버십이어도 개별구매를 통해 봐야 하는 영화입니다. 

 

 

 

1. 라스트 홈(99 Homes, 2014 제작, 라민 바흐라니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 온 (유) ,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라스트 홈 포스터

 

이보다 더 씁쓸한 영화가 있을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서 집이 은행에 넘어가게 된 주인공은 하루 벌어 하루 살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다. 다행히 전기며 배관이며 수리공으로서의 능력이 출중해 능력을 인정받게 되지만, 하필이면 일을 주는 자가 자신의 집을 빼앗은 자였다. 당장 돈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너무 명확하게 보인달까.  

각종 편법으로 국가에서 주는 돈을 조금씩 빼돌리고, 그걸 계약을 따내는 방식에 그대로 응용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결국엔 사람을 매수해서 해서는 안 되는 짓까지 해가며 거주자들을 집 밖으로 내모는 장면은 잔혹하다. 법은 법이라고 말하며 정직하게 살았더니 돌아오는 대가가 가족들과 모텔에서 사는 거냐고 물을 때는 정말 얄밉지만 부정할 수 없어서 뼈아팠다. 주인공은 그렇게 편법으로 벌어모은 돈으로 아주 큰 집을 사게 되는데, 집에 있어야 할 가족이 없다. 

 

라스트홈 중 한장면

 

내가 돈이 없어서 바깥으로 내몰리게 됐는데, 나를 내몬 사람 밑에서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피해를 줄 수 있냐고 물어 온다면... 

쥐뿔도 없는 아직까지는 양심이 살아있지만, 돈이 주는 물질적 향락에 눈이 멀면 장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거.. 나만 그런 걸까.. 

하지만, 노인에게 집을 비워 달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곤 정말 자본주의 신물이 날 것 같았다. 더 이상 집을 살 돈도 없는 사람을 내쫓고, 말이 통하지 않는 이민자들도 내쫓고... 법원은 그저 쌓여 있는 서류를 쳐내기 바쁘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보안관도 법대로 집을 비워달라 얘기할 뿐... 

 

라스트홈 중 한장면

 

돈을 빌리고 안 갚는 것도 도둑질이라는데, 그 돈을 빌리게 된 과정이 얼마나 잘못됐던 건지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돈을 빌려준 사람에겐 잘못이 없다고 한다. 돈을 빌리게 만든 사회도 정말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그들이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는 건 맞는 말이다. 지나친 퍼주기식 포퓰리즘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 생계는 꾸리고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연출기법

 

라스트 홈에서 가장 돋보이는 연출기법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핸디 헬드 촬영일 것이다. 주인공의 흔들리는 마음에 카메라도 흔들린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모텔로 가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이기 때문에 비교적 깔끔한 모습으로 연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앤드류 가필드의 외모도, 그 속에서 빛이 나고. 실제 삶은 더 비참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모텔에라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아예 그럴 수 없어서 텐트를 치고 산다거나 노숙을 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2. 더 컴퍼니 맨 (The Company Men, 2010, 존 웰스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더 컴퍼니 맨 포스터

 

 

이 영화도 무심코 봤다가 너무 씁쓸했다. 회사를 위해 헌신해도 회사는 나를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달까... 

근속 연수가 높을수록 퇴직금도 많이 주고, 대우가 좋아야 하는데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근속연수가 높아서 연봉이 높은 사람들부터 그 물망에 올리게 된다. 주당 90시간 이상씩 일할수 있는 젊고 유능하지만 인건비는 저렴한 인력들을 쓰고자 하는데, 그건 그거대로 정말 비겁하다. 젊건 어쨌건 일한 만큼의 보수는 지불해야 한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안 잘린다는 게 위로야 방귀야. 

 

 

더컴퍼니맨 중 한장면

 

주인공은 마케팅 분야에서만 12년 근속을 한 비교적 젊은 강퇴자였다. 미국나이지만 37살이면 아주 못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 내가 구직시장을 잘 모르나보다. 주인공도 집도 팔고 직전 연봉을 맞춰줄 회사는 없고 몸값을 반토막 내서 구걸하며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막노동에도 딱히 재능은 없었다. 환갑을 바라보며 잘린 강퇴자는 더하다. 이들의 삶은 그간 연봉에 맞춰져 있었는데 당장 그 생활을 유지할 능력이 없자 막막해진다. 연봉이 억 단위인데도 부채비율이 높다 보니 집을 팔고 일을 하며 대출금부터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품위유지비로 너무 많은 지출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금융문맹이 아니더라도 빚부터 갚고 살아나가야 한다는 걸 알 텐데, 미국도 살아가기가 참 팍팍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컴퍼니맨 중 한장면

 

 

 

 

재밌는 건, 라스트 홈에서는 기술이 있는 수리공이었어도 집 짓는 일이 없어서 은행 대금을 갚지 못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별다른 기술이 없었어도 집수리를 하고 집을 짓는 처남에게 잠시 도움을 받는다. 어쨌거나 인맥이랑 커뮤니티를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냉정하게, 도와주지 않는 이들이 많다 할지라도.. 확률이나마 높여야 하니까.  

 

 

더 컴퍼니 맨 중 한장면

 

 

 

연출기법 

이 영화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연출기법은 없었는데, 그저 말없이 인물을 따라가다가 더 이상 그를 따라가지 않는 카메라를 보고서 그 인물의 삶이 곧 다할 예정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퇴직한 사람의 뒷모습,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한 곳에서 홀로 멈춰 있는 것 같은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대체로 스토리 전개를 통해서, 캐릭터 성격과 대사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강퇴를 당한 누군가는 죽고, 그를 포함해 직원들을 강퇴시켜가며 주식 가격을 올린 회사의 오너는 주식이 6억 달러(약 7200억)가 됐다며 좋아하고.

자본주의의 가장 악질적인 면이다. 패배자를 위해주지 않는다. 자본은 승리자를 위해 굴러간다. 누군가 총과 칼을 들고 내 재산을 털어가는 것은 범죄고 처벌을 받지만, 누군가 말 한마디로 나를 몰락시킨다면 증거가 있지 않는 이상 처벌받지 않는다. 말 한마디가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면 너무 끔찍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블랙머니 (Black Money, 2019, 정지영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유), 시리즈 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블랙머니 포스터

 

 

론스타 사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나간 사건. 70조 가까이 되는 외환은행이 부실해져서 론스타에 매각을 하게 되는데,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어느 정도 정상화됐을 때 팔고 떠나버렸다.

한국 정부는 외환은행이 헐값에 론스타에 매각됐던 것에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었는데, 처음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고 했으나 정부쪽에서 저지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헐값이 되게끔 고위공무원들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있어 조사 중이니 매각하지 말라고 해서 매각을 못했다가 그 후에 하나은행에 차익을 4조 2천억 정도 남기고 매각하게 된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차익을 남기고 떠났으면서도 한국을 상대로 ISD 소송(국가와 기업 간의 소송)을 걸었다.  HSBC에 팔았으면 훨씬 더 많은 이득을 챙겼을 텐데 한국 정부의 방해로 그렇게 못했으니 5조 원을 배상하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며 패소할 경우 론스타에 배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블랙머니 중 한장면

 

 

실화의 재현  

정지영 감독의 필모를 보면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류의 영화를 연출하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블랙머니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에서의 각색은 실제 사건보다 조금 더 영화적으로 다듬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유사한 맥락으로 사건이 발생하여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다. 고위공직자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시는 술 한 병은 누군가의 10년 치 연봉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의 돈놀음에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로 매각될 뻔 한건 친일파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이게 실화라니 믿기지 않을 뿐... 심지어 비교적 최근... 

 

블랙머니 중 한장면

 

실화를 있는 그대로 구성하기에는 아직 사건이 진행 중 인터라 악역은 더욱 극적이게 악역으로 변모시켰고, 정의로운 검사도 자신의 성추행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끝내 그 잘못을 외면하지 못하는 금융전문 변호사도 등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니까.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 나쁜 쪽으로 흘러가면 범죄가 되는 것이고, 좋은 쪽으로 흘러가면 정의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정의는 그렇다 쳐도, 범죄를 범죄로 자각하지 못한다면 악당이 되어버리는 거겠지.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단순화되고 알기 쉽게 정리가 된 상황이겠지만, 자본가들의 더러운 돈 욕심에 초점을 맞추다가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자문하게 만들었다. 표면적으로 나쁜 짓이 드러나지 않고 합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행되는 일이라면 억울해도 시스템을 바꿀 수가 없다.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으니까. 법은 양심의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할 것을 보호한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제대로 처벌받고 책임지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음을 앞선 영화들을 봐서도 알 수 있었다.  다만, 선례를 남기는 일은 예민한 문제이므로 이 소송이 계속 국민들의 관심을 받아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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