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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스포츠 영화추천 ] 축구영화는 왜 실제 경기보다 재미가 없을까?

by 창조하는 인간 2022. 3. 3.

감동 재현은 어려운 축구 영화

제목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본 축구 영화들은 실제 경기보다는 감동이 덜했다. 2002년 월드컵만 해도 당시 상황을 재현할 순 있겠지만,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순 없을 것이다.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이 흘렀다. 그 시절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코치진들 중에서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생겨버렸다. 특히 개인적으로 유상철 선수를 좋아했던 나로서는 슬픔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월드컵 이후의 긍정적 측면이라면 그 시절 레전드 선수들이 감독으로 현재 활약을 하는 덕분에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도 간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그때는 꼬마였을 손흥민 선수가 현재 영국을 뒤집어 놓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정말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좋아하세요? 

뭉쳐야 찬다 라는 프로그램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고맙고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전에도 축구 예능은 많았다. 슛돌이 나 청춘 FC 같은. 지금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여자축구 쪽 예능도 생겼다. (팀 감독님들은 역시 그 시절 그 선수들..)

뭉쳐야 ~ 시리즈가 의미 있는 건 당대 최고의 기량을 뽐내던 선수들이 뭉쳐서 축구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물론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는데, 이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다.

안정환 감독은 생각보다 훨씬 입담이 좋아서 각종 예능에서 축구선수 시절의 후광을 받아 잠깐씩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혼자 진행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센스가 있다. (뭉쳐야 쏜다 에서의 농구 감각도 훌륭했다) 외모는 말해 무엇할까.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은퇴한 이동국이 코치로 가세하면서 새롭게 리빌딩하여7인 풋살이 아닌 11인 축구를 하게 되었다. 정말 레알 축구” 를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인기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겠다. 올해는 카타르 월드컵도 예정되어있어 축구 열기가 다시금 불타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 영화에 대한 기억  

그런데, 어째서 축구 영화는 만듦새가 이 모양인 것인지 모르겠다. 유명한 선수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등 축구영화에 대한 시도를 끊임없이 했던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작품은 슈팅라이크베컴, 주성치의 소림축구, 맨발의 꿈 정도다.

이번 축구영화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하면서 다른 영화들도 조금 찾아보았는데, 펠레 버스 오브 어 레전드, 댐드 유나이티드 등이 있었다. 다큐멘터리도 있었지만, 우선은 극영화를 기준으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축구 관련 영화 리스트 

1. 슈팅라이크베컴 (Bend It Like Beckham, 2002, 거린더 차다 감독)

2.  (Goal, 2005, 대니 캐논 감독)

3. 소림축구 (Shaolin Soccer, 2001, 주성치 감독)

4. 맨발의 꿈 (A Barefoot Dream, 2010, 김태균 감독)

5. 펠레 버스 오브 어 레전드 (Pele: Birth of a Legend, 2016 제작, 제프 짐발리스트, 마이클 짐발리스트 감독)

6. 댐드 유나이티드 (The Damned United, 2009 제작, 톰 후퍼 감독)

 

 

영화 소개 

1.  슈팅라이크베컴 (Bend It Like Beckham, 2002, 거린더 차다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

슈팅라이크베컴 포스터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이렇게나 없다니... 키이라 나이틀리의 신인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축구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재미가 있었고 의미도 있었다. 베컴을 너무 좋아한 빠순이(?) 인도 소녀가 공동체 내에서의 편견과 갈등을 딛고 축구선수로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여자는 축구를 하면 안 된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인도 사회 공동체의 대표 격인 아버지. 보통 아버지는 딸의 미래를 응원하기 마련이지만 종종 가족을 위해 개개인의 의견을 묵살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나 그 주위의 시선들이 더 압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권위적인 형태로 말이다. 이는 영국인 아버지와 가족들과는 조금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사실 어떤 뿌리를 가지고 있느냐를 떠나서 여성들이 한 번씩은 다 경험해 봤을 편견의 벽일 것이다. 심지어 여자인 나도 여자여서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한 생각 몇 가지가 뇌리에 남아있다. 여성은 이래야 하고 남성은 저래야 한다라고 결정해두고 그 틀에 맞춰 살길 바라는 기성세대와의 대립을 시각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좋았던 게 인도 공동체의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지만.. 

 

 

슈팅라이크베컴 중 한장면

 

베컴이 직접적인 출연을 하진 않았다. 공식 포스터에는 베컴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있긴 하다. 사실 출연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사진으로만 등장을 하는데, 주인공의 덕후 기질이 물씬 풍기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선수의 플레이가 좋아서 좋아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인듯하다. 첫째는 그의 플레이가 멋있어서 이고, 둘째는 그의 플레이가 멋있고, 따라 하고 싶어서 일 것 같다. 이 영화는 후자인 셈인데, 주인공이 베컴처럼 프리킥을 차서 이길 때는 다 쪼개서 찍었다는 걸 알고 보면서도 생각보다 꽤 큰 감동이 있었다. 아버지가 딸의 경기를 무심코 보면서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를 통해서 전 세계가 월드컵이라는 이름으로 화합하듯, 이 영화도 축구를 통해서 가족 간의 단절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응원하게 되는 전형적인 휴먼 드라마 풍의 영화였다. 물론 잘생긴 코치를 사이에 두고 우정이 흔들리는 치정이 있는 영화이기도... 

 

 

 

2.  (Goal, 2005, 대니 캐논 감독)(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골 포스터

 

 

다음은 골이라는 영화다. 후속작들이 계속 나올 정도로 괜찮았나 보다.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을 법한 일들을 잘 보여주는 영화. 대부분의 스포츠가 다 그렇겠지만, 기업의 후원이나 구단의 재정적 지원 등이 없다면 선수 개인이 크게 성장하기는 힘들 것이다. 자본의 흐름을 역행한 우승자를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모두 가난했지만 재능을 타고나서 스폰서를 얻었고, 그들의 자본을 등에 업고 훨훨 날아다녔다는 영웅담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도 가난한 멕시코 출신 청년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선수로서 활약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을 통해 영국 구단에서 테스트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 과정에서 묵묵하고 성실하게 축구만을 하길 기대한 나로서는 중간중간 이상한 길로 이탈하려고 할 때마다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했다. 실제로 선수들 중에는 그렇게 해서 여자 문제가 복잡하거나 마약에 손을 대거나 하는 식으로 선수생명부터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성공을 하면 그 무게만큼 책임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안일했나 보다. 성공이 달콤했던 만큼 쉽게 거만해지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 싶었다. 어쩌다 보니 불평만 늘어놓았네.. 

 

골 촬영장면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된 부분은 축구 경기에 대한 묘사이다. 현장감 있고, 긴박한 박자감으로 실감 나는 경기 모습을 재현했다. 나눠찍었든 어쨌든 간에 되게 리얼한 축구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광고 같은 장면들도 있었다. 실제 축구선수들도 많이 나오고 주인공도 볼을 잘 다루는 느낌처럼 찍었다. 슈팅 라이크 베컴에는 나와주지 않았던 베컴이 이 영화에는 나온다. 심지어 2에는 더 중요한 선수로 나온다. 그렇지만 후속작이 거듭될수록 영화가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1편을 보면 좋을 것 같고, 굳이 이어서 봐야겠다면 2편까지 보고 딱 끝내는 걸로... 

 

 

3. 소림축구 (Shaolin Soccer, 2001, 주성치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 플레이, 유튜브(유))

 

소림축구 포스터

축구영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었다. 사실 축구보다는 소림이 더 강조가 되는 영화이건만... 축구와 무공을 합치는 건 대륙이 좋아하는 방식인 듯하고, 슬랩스틱처럼 보이는 배우들의 몸개그 열연은 웃기고 눈물겹다. 최종 시합에서는 더 이상 축구의 형태가 갖춰있지 않고 본격 무술 대련이 펼쳐지는데, 이게 또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말하는 무공이 우스꽝스럽지 않고 정말 정통의 모습을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음에도 웃기다는 것이다. 코드가 안 맞아서 못 웃는 경우도 있겠지만 웃긴 장면 장면이 너무 많아서 어디 하나에 얻어걸리면 끝날 듯하다. 

 

소림축구의 한장면

 

축구 영화로 묶이긴 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주성치 영화로 묶어서 한번 더 언급을 하려고 한다. 그간 주성치는 자신이 배우로서 등장하며 연출로서는 비슷비슷한 느낌이 물씬 나는 코믹 영화를 많이 찍어왔지만, 범대중과의 접점이 생기기 시작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의미가 있다. 모든 사람을 한 번에 다 웃길 순 없지만, 이중에 한번 정도는 웃겠지라고 생각하며 작정하고 만든 것 같은 이 느낌은.. 엑소인가.  (SM에서 엑소를 기획할 때 이중에 한 명은 너의 취향이 있겠지 라는 심정으로 만들었다는 루머 짤을 본 적이 있다ㅋㅋㅋ) 

 

 

 

4. 맨발의 꿈 (A Barefoot Dream, 2010, 김태균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맨발의 꿈 포스터

 

 

포스터를 봐도 알겠지만 한국영화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동티모르라는 작은 나라에 닿아 축구 감독으로서 기적을 일으켰던 김신환 감독님의 일화를 다루었다. 한국의 히딩크, 그런 분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런 분이 나라 이름도 생소한 동티모르로 가서 그 나라 유소년 축구팀을 결성해 국제대회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 되셨다. 그 당시 경기 자료를 보고 싶은데 유튜브에도 나와있진 않았다. 어쨌든 실화가 너무 감동적이다 보니 영화로 각색할 때 부담이 컸을 것 같다.

 

맨발의 꿈 중 한장면

 

졸지에 낙오자가 되어버린 유소년 국가대표 출신이 낯선 동티모르에 가서 본 상황은 열악했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아이들은 맨발로 축구를 하고 마땅한 훈련장소도 없이 그냥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거기서 축구 재능이 발현될 줄이야...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중계하는 과정도 신박했는데 1900년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인데도 라디오 중계를 해야하는 아주 작은 나라 동티모르. 그 동티모르의 유소년 대표팀이 2004년 히로시마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고, 가장 극적으로 이긴 경기를 다루고 있으니 이걸 실제보다 더 감동적이게 꾸밀 수는 없었을 것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보기 좋고 이입하기 좋다. 선수로 등장한 아이들도 발재간이 좋아서 다른 성인 축구영화 못지않게 긴박한 느낌을 준다. 결과를 다 알고서 보는 거였으면서도 이기니까 기뻤고, 잘하니까 기특했다. 감독님은 현재도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 감독을 맡아 동티모르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5. 펠레 버스 오브 어 레전드 (Pele: Birth of a Legend, 2016제작, 제프 짐발리스트, 마이클 짐발리스트 감독)(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유),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펠레 버스 오브 어 레전드 포스터

 

나는 펠레의 경기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다만 그 이름을 들었을 뿐이다.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길래 후대에 이렇게까지 칭송이 자자할까 싶었다. 넷플릭스에 다큐멘터리도 있는데, 우선은 드라마틱하게 각색되었을 극영화부터 살펴보았다. 성공한 축구선수들의 전형적인 스타일인 가난을 벗어나 축구 선수로 명성을 얻은 루트였다. 현존하는 레전드 중에 가장 오래된 선수인 펠레이기 때문에 기량을 비교할 순 없지만 어쨌든 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큰 이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펠레 버스 오브 어 레전드 중 한장면

 

브라질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축구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연습을 많이 했을 것도 같다. 재밌었던 부분은 소림축구의 과장된 볼 트래핑이 아닌 실제 브라질 전통의 카포에라가 녹아있어서 흥미로웠다. 노예 출신이었던 아프리카계 브라질 사람들이 무술 수련을 금지당하자 그것을 춤 동작에 녹여내어 몰래 수련했고 그 결과 무술로서도 역할을 하고 예술성을 가지고 특유의 음악 문화도 만들었다고 한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정도라고. 그래서 카포에라를 기반으로 하는 징가 축구를 선보인 브라질의 천재 축구 선수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개인기를 구사하는데,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축구 장면이 나오면 재미가 있다.  물론, 유럽식의 방식에 짓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때는 고구마 백만 개를 먹은 것 같은 기분이 찾아들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주인공이 즐겁게 축구를 해야 보는 맛이 생긴달까. 

 

 

6. 댐드 유나이티드 (The Damned United, 2009제작, 톰 후퍼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댐드 유나이티드 포스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리즈 시절의 그 리즈가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다. 전성기를 나타내는 말로 유행어였다가 이제는 거의 고유 명사화되었다. 이미 지나간 전성기 시절이라는 의미다. 앨런 스미스라는 선수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이 전성기였는데 그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리즈 시절이라는 말을 붙이게 됐단다. 아무튼, 영화는 그 리즈 유나이티드가 한때 잉글랜드 축구계를 호령하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감독인 브라이언 클로프 감독 이야기이다. 다른 최약체팀 소규모 팀을 리그 우승까지 시킬 정도로 카리스마 있고 통솔력 있던 그가 유독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폭망 했던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의아했다. 그 이유를 찬찬히 풀어나가는 영화라고 보면 되겠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쿠팡 플레이는 스포츠에 특히 축구에는 진심인가 보다. 축구하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 영화이지만 축구 관련 영화이기도 하고, 다른 OTT에는 없었는데 쿠팡 플레이에서는 볼 수가 있다. 다른 축구 영화들은 없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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