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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특집] 스포츠와 드라마의 만남, 한국 스포츠 드라마 4선 추천

by 취미라도부자 2024. 8. 12.

파리올림픽이 폐막했다. 

개막식 퍼포먼스들이 꽤나 이슈였던 거 같고, 자고 일어나면 금메달이 하나씩 하나씩 쌓여있는 기쁨이 있던 올림픽이었다. 

구기종목들이 출전하지 못해 다소 소박해진 선수단을 걱정하며 역대 가장 낮은 순위와 메달을 예측했으나, 

그 예상을 멋지게 깨버린 종목들이 있다. 

사격, 양궁, 태권도, 펜싱, 배드민턴, 수영, 탁구...
대한민국은 전투민족이라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두각을 보이며 금메달을 무려 13개나 쓸어 담았다. 

전통적으로 대한민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메달을 기대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격은 이제 고등학생인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했고, 태권도는 랭킹 24위의 선수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배드민턴, 펜싱에서도 금메달이 나왔고, 탁구와 수영 등에서 동메달이 나왔다.

 

메달의 색과 상관없이 올림픽만을 바라보며 짧게는 지난 몇년을, 길게는 거의 평생을 엘리트 선수로서 살아온 그들의 삶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성과가 좋으면 당연히 좋지만, 좋지 않다고 해도 세계무대에 가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겨뤘다는 거 자체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흔히들 스포츠는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선수들의 치열한 삶과 각자의 고충을 각본이 있는 드라마로라도 간접체험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다. 

 

방영순서대로 

1. 태릉선수촌 (2005) 

2. 역도요정 김복주 (2016)

3. 라켓소년단 (2021) 

4.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2)

 

 

1. 태릉선수촌 (2005년 방영, MBC)  (MBC 다시보기 가능) 

지금은, 진천에 있는 선수촌을 사용하고 있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선수단이 훈련하는 장소로 태릉선수촌이 있었다. 

태릉선수촌의 유래를 보면,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대규모의 선수촌이 필요했는데, 그때 공터로 있었던 태릉에 급히 짓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단다. 왜냐면 태릉은 말 그대로 문화재에 속하는 곳이라 공터로 있던 것인데, 거길 그냥 밀어붙여서 선수촌 부지로 사용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진천으로 선수촌을 옮기면서 그 터를 다시 문화재청에 반환했다고 한다. 

옮겨 짓는 것까진 좋은데,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농구 코트는 하나만 지어서 남녀가 동시에 훈련할 수 없어 국대 소집일이 겹치면 여자농구국가대표팀은 외부로 훈련장을 찾아 떠나곤 했는데... 이번에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종목 연습장으로 개조되는 바람에,, 국제대회를 앞둔 국가대표팀이 외부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사태가... 

 

태릉시절에는, 오랜기간 대표팀에 있으면서 거의 선수촌 붙박이 생활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고, 서울에 있지만 왠지 외부로 잘 넘나들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강했었다. 이전 세대의 선수촌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드라마 일지도 모르겠다. 

 

MBC는 전통적으로(?) 스포츠 드라마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쌓아왔다. 

<마지막 승부>라는 드라마가 그랬고, <아이싱>이라는 드라마도 인기가 많았다. (둘 다 배우 장동건이 주연이었다. )

적어도 90년대 스포츠 드라마의 대표 채널이 아니었나 싶다. (2000년대 이후로는 SBS도 꽤.. )

그 덕분에, "태릉선수촌"이라는 단막극도 MBC에서 방영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MBC 베스트극장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총 8부작으로 길지 않은 단막극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선균, 최정윤, 이민기 등이 출연했다.

아직 스타덤에 오르기 전인 고 이선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고, 약간 풋풋한 느낌이 있는 이민기와 최정윤 등.. 사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의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곧 20년 전 드라마가 된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잘못된 건지 배우들의 나이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드라마는 양궁 선수와 수영 선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양궁 국대 선발전의 치열함과 개인 운동 선수들이 겪는 고독한 노력 등을 그린다.

하지만 드라마인 만큼, 서사의 중심에는 질투와 사랑이 주요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

 

태릉선수촌 대표이미지 (출처 : MBC)

 

 

2. 역도요정 김복주 (2016-2017년 방영, MBC) (웨이브) 

드라마계에는 아주 힘이 쎈 여자캐릭터의 이름을 딴 드라마가 셋 있다. 
힘쎈 여자 시리즈 (도봉순, 강남순) , 그리고 역도요정 김복주가 있다. 역도요정 김복주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에 방영을 했다면, 힘센 여자 도봉순이 그 뒤를 이어 2017년 2~4월경에 방영되었다. 

도봉순은 타고난 재능으로서의 힘을 다뤘고, 도봉순 역의 박보영은 아담한 신체사이즈를 가지고 있기에 시청자들에게 반전매력을 선사했다면, 김복주는 훨씬 더 사실적인 측면에서의 힘을 다룬다. 물론, 주인공인 김복주 역의 이성경은 키는 크지만, 역도를 할 만큼의 다부진 신체를 가진 느낌은 아니었다. 역할을 위해 일부러 체중을 증량을 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

역도요정 김복주는 체대에서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기숙사내 타종목 선수들과의 기싸움이나, 역도 선수로서의 자아와 여자로서의 자아가 충돌하여 생기는 내적갈등을 다루는 등 엘리트 선수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개연성을 집어 넣었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훈남수영선수로 성장한 남사친이 남자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등 사랑이야기도 빼먹지 않고 묘사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드라마의 극초반에 나오는데, 역도 선수로서 체급이 부족해서 증량을 해야하는 와중에 길거리에서 만난 멋진 남자의 직업이 다이어트 전문의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병원에 등록하러 가서 던지는 대사였다. 

 

역도요정 김복주 포스터 (출처 : 위키백과)

 

"메시.. 좋아하세요?"

친구한테 주워들은 말이, 남자들은 축구를 좋아한대서, 다짜고짜 의사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물어본다는 질문이 메시를 좋아하냐는 거였다. 

거기에 답변은 굳이 따지자면 호날두를 더 좋아한다는 내용이었던거 같은데.. 정말 인상 깊었나 보다. 

복주가 의사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머리에 핀까지 꽃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하게 그려져서 좋았던 거 같다.

얼굴이 이성경인데... 뭔들..  얼굴이 현실감 떨어지는걸 제외하곤 역도선수로써의 고뇌를 귀엽게 잘 그려낸 게 아닐까. 가볍게 그려져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역도는.. 일반인의 영역이 아닌지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원래의 부러질 거 같은 가냘픈 팔을 탈피하고자 한 노력만으로도 충분했던 거 같다. 남주혁이 상당히 멋있고 귀엽게 나오고, 리듬체조선수로 나왔던 경수진 역시도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드라마로서는 좋았다. 

 

역도요정 김복주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3. 라켓소년단 (2021년 방영, SBS) (넷플릭스, 웨이브) 

요즘처럼 배드민턴이 화두가 된 적이 없는거 같다.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가진채 말이다.

긍정적인 것은 무려 28년만에 단식 금메달이 나왔다는 것이고, 부정적인 것은 그 금메달을 딴 선수와 협회 간의 갈등이 점화되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참에 프로팀이 없는 종목들은 어떻게 선수단을 꾸리고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가 있는지,

그리고 은퇴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등등이 여과없이 알려지는 것도 좋을 듯하다. 

투자나 지원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종목은 반드시 비인기종목으로 귀결된다.

그중에 간혹 천재적인 선수가 등장해서 한번 정도는 인기를 얻어갈수도 있겠으나,

유년기 혹은 청소년기를 지나는 학생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그 종목은 명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보장된 진로가 있거나, 선수생활을 해도 추후의 삶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하면 괜찮은데

그게 아니라면 누가 운동선수 하고 싶어할까.

 

배드민턴은 국민스포츠다. 생각보다 동호인의 숫자가 훨씬 많다. 그리고 라켓과 셔틀콕이 별로 비싸지 않아서 접근성도 좋다. 

실내 코트장이 많지 않아서 야외에서 치면 바람의 영향을 받아 쉽지 않은데,

어쨌든 제대로 테니스화까지 갖춰서 진심으로 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인프라를 갖춘 생활체육'이라는 측면에서는 

개선해 나가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지점들이 있다. 대부분의 실내스포츠가 다 그렇다. 

라켓소년단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라켓소년단은 그 청소년기에 놓여있는 선수들의 열정과 의지를 잘 담아내었으며 그들을 이끌고 있는 건 초엘리트 선수출신의 코치 (라영자)와 그녀의 남편이자 후회와 원망 속에 선수생활을 놓고 코치가 된 주인공의 아버지 (윤현종)가 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배드민턴부 학생선수들인건데, 그중 야구선수로서 꿈을 키웠으나 알고 보니.. 훌륭한 배드민턴 선수의 자질을 타고났던 운동계의 금수저 "윤해강"이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 올림픽을 포기했으며, 아빠는 욕심만큼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 약간은 지질하게 살고 있는 그런 은퇴 후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이들은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그것도 국가대표를 했었기 때문에, 강인한 멘털을 가지고 있으며, 부러질 줄 모르는 특성을 가졌던 엄마 (라영자)의 특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이 한없이 유연한 아버지(윤현종) 밑에서 수학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낸다는 점이 좋았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배드민턴이 치고 싶어 진다. 

 

 

 

 

4.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2년 방영, tvn) (넷플릭스, 티빙) 

 

김태리가 고등학생으로 나온다고 해서 시청하게 된 드라마.

소재는 펜싱이다. 이 드라마는 펜싱에 대한 열정과 훈련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라켓소년단의 윤해강처럼, 김태리가 연기한 나희도는 주니어 시절 주목받는 천재였지만, 잠깐 사이에 순위가 많이 밀려 있었다. 그녀는 동경하던 또래 펜싱 국가대표 고유림과 함께 훈련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열악한 펜싱부에서 홀로 개인 훈련을 이어간다. 하지만 IMF로 인해 펜싱부가 폐부 되자, 억울한 마음에 고유림이 다니는 학교로 찾아가 코치에게 자신을 받아달라고 설득하는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김태리 배우는 이러한 희도의 강렬한 열정을 매우 잘 표현해 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펜싱은 엘리트 스포츠라서 배드민턴처럼 생활 체육으로 접하기는 쉽지 않다 보니, 펜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이렇게까지 몰입할 수 있다는 열정은 확실히 전달되었다.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이 잘 나타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또래 친구들과의 우정과 첫사랑 이야기가 어우러져, 하나의 청춘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펜싱은 올림픽 효자 종목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명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이 드라마의 진정한 판타지적인 면은 희도와 그녀의 친구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 지금의 운동부가 이렇게 친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시스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학창 시절에 봤던 운동부는 수업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는 경우도 드물었고,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드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는 드라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많은 난관을 마주했지만, 정정당당하게 정면돌파하며 정상으로 나아가는 나희도의 성장기를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5인 스페셜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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