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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 영화추천 ] 2000년대의 갬성이 물씬 느껴지는 로맨스 영화 3편

by 창조하는 인간 2023. 1. 7.

최근 아주 재미있는 짤을 발견했다. 

무도 유니버스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하며 요즘 가장 핫한 걸그룹인 뉴진스(New Jeans)의 Ditto 뮤비에서 나온 댄스와 똑같이 춤을 추는 무한도전 박명수의 짤이었다. 또한 Ditto 뮤직비디오의 일부가 무한도전과 흡사하다는 신선한 지적과 함께 우스갯소리로 표절의혹까지 띄우자 뮤직비디오 감독님도 장르의 유사성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하는 재밌는 해프닝이 생겼다. 무한도전은 곧 20년전 프로그램이 될 텐데, 파도파도 계속 무엇인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과 그걸 발견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느꼈다. 

 

그 해프닝을 통해 나의 눈길을 사로 잡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교복을 입고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배우 전지현의 고교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들여다보니 약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음악도 뭔가 향수가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니 차치하고, 지현언니의 긴생머리와 교복이 불러일으킨 잠시 그리워졌던 2000년대를 온전히 잘 담아내고 있는 영화 3편을 소개해볼까 한다.

 

2000년대 풋풋한 로맨스 영화추천 3편 

영화 와니와 준하 (Wanee&Junha, 2001 , 김용균 감독) 

영화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l, 2001, 곽재용 감독) 

영화 연애소설  (Lover's Concerto, 2002, 이한 감독)

 

1.  와니와 준하 (Wanee&Junha, 2001 , 김용균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와니와 준하 포스터

김희선, 주진모, 조승우, 최강희 이 네명의 배우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와니와 준하다. 그리고 배우 이정은의 영화신인시절도... 포스터의 색감과 영화의 느낌이 잘 어울린다. 이 영화는 배우 김희선의 리즈시절 외모를 볼 수 있으며, 그 시절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늘 묵묵하게 있어주는 준하를 보고 너무 든든했는데, 현실과의 약간의 괴리감으로 나중엔 몰입이 살짝... 

하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사각관계속에서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가치관을 확인할수 있다. 나는 당연히 와니와 준하를 응원했고, 와니의 첫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인해 와니와 준하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게 언짢았다. 뼛속까지 유교걸인 것인가.. 

와니의 입장에 이입해서 과거의 이룰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고, 현재의 사랑에게 상처 줄 수밖에 없음을 이해했어야 하는데, 난 준하에 이입하고 말았다. 비록 나는 준하보다 옹졸한 사람이었지만 준하는 자신이 받은 상처에도 그녀를 존중했고 사랑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와니도, 와니의 첫사랑인 영민도, 영민의 연인이었던 소양도 모두 첫사랑에 실패하지만 준하만큼은 자신의 사랑을 지키게 되었다. 영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눈을 보고 진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적인 음악과 초여름 공기가 물씬 느껴지는 영화속 호흡을 꼭 한번 느껴 보았으면 한다. 

 

 

2.  엽기적인 그녀 (My Sassy Girl, 2001, 곽재용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엽기적인 그녀 포스터

이 영화로 태희혜교지현이의 전지현의 시대가 열린다. 국민 첫사랑이었던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상반되는 엽기적인 행각으로 매력이 반감되기는커녕 더 큰 매력을 뽐낸다. 요즘도 웹소설, 웹툰 원작의 작품들이 많이 제작되지만, 당시 인터넷 소설로 인기가 높았던 <엽기적인 그녀>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소설에 비해 정제된 부분도 있지만, "그녀"의 과격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살아있게 표현한 전지현의 연기가 압권이다. 물론 2014년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역할로 그 매력을 더 뽐내게 되지만, "그녀"는 천송이보다 훨씬 감정기복이 심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슬픔을 엽기적인 행동으로 풀어낸거 같은데, 원래 성격도 그런 게 아닌지 볼 때마다 알쏭달쏭하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무려 전지현인데. 오히려 내숭 떨지 않고 털털한 모습에 더 반하게 되지 않을까.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만큼 당시에 사용되던 인터넷 은어들이 종종 사용되는데 이 영화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보았을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액션 배우 전지현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와니와 준하에서 준하도 시나리오를 썼는데,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도 상당히 많은 시나리오를 쓴다. 그것도 정말 펜으로 쓴 날것의 시놉시스... 황순원의 소나기를 각색한 버전은 너무도 강렬해서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나는 그녀에게 쩔쩔 매면서 다 맞춰주는 견우의 모습이 좋았다. 그녀의 소개팅남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감동적이었고, 그녀의 하이힐을 신은채 종종거리며 달리는 모습이라던지 지하철에서 뺨을 후드려 맞았음에도 차마 그녀의 뺨은 치지 못했던 울며겨자먹기식의 남자다운(?) 모습이 웃기면서도 멋져 보였으니깐.  특히 그 유명한, '그녀가 "견우야~" 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멀리 보이는 산에 올라가 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열심히 올라가서 손을 흔드는 모습은 지금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OST도 상당히 좋아서 꽤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엽기적인 그녀2도 있는데 그것은... 그냥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고 봐야 할 것 같다. 영화추천 못할듯..

 

3. 연애소설  (Lover's Concerto, 2002, 이한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유), 유튜브(유)) 

 

영화 연애소설 포스터

이 영화속 차태현도 엽기적인 그녀속 견우 못지 않게 여전히 소년미를 뽐내며 등장한다. 그동안 몰랐는데 영화 포스터에는 대놓고 '차태현의 슬픈 사랑이야기'라는 홍보문구가 쓰여있었다. 하지만 내게 이 영화는 영화 속 故이은주 배우가 그리울 때 한 번씩 들춰보는 영화이다. 배우 손예진의 리즈시절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영화의 OST 역시 영화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곡들이 많아서 좋았다. 차태현이 직접 부른 "모르나요"라는 곡도 좋아했고, 故이은주가 직접 연주했던 피아노곡도 좋았다. 

두 소녀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이 풀렸을 때 형용할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왔다. 평생의 단짝을 가져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간접경험을 할 수는 있을 거 같았다. 특히 故이은주 배우가 주먹으로 시계를 내리쳐서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리는 장면에서는 먹먹함까지 밀려온다. 세 사람의 엇갈린 사랑에 가슴 시리다가도 문득문득 돌아보고 싶은 청춘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노 스포일러로 이야기를 하려니 쉽지 않구려.. 

배우 문근영의 아역배우 시절과 김남진, 박용우 등 개성있는 조연들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고, 비디오 가게가 성행했던 시절의 모습이 이제는 생소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손예진은 웃을 때도 예쁘지만 울 때 더 예쁘다는 생각을 했고,  생기발랄한 故이은주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그립고 안타깝고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이미 그녀의 나이를 훨씬 추월해 와 버렸는데, 영화 속 그녀의 모습 덕분에 여전히 20대 초중반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차태현은 여기서도 헌신적인 남성상(?)으로 등장하며 한동안 마음을 흔들었다. 키가 크지 않아도 힘이 쎄지 않아도 그냥 친구같이 편하게 지내는 남자친구에 대한 환상이 무럭무럭...그것과는 별개로 강력하게 영화 추천 하고 싶다.

 

참고영화.  클래식 (The Classic, 2003, 곽재용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영화 클래식 포스터

 

오늘은 어쩌다보니 모두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묶여있는 것 같다. 여기에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 2003>까지 더해지면 2000년대 첫사랑 스토리의 완결판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영화는 2000년대의 느낌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부모님의 사랑이야기가 더 좋아서 첫사랑 스토리로 새로 묶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2003년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불후의 명장면이 탄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 흘러나오면 무조건 함께 옷 뒤집어쓰고 뛰어야 할 것 같고 조인성 같이 생긴 학교 선배가 있다면 상상만 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하다. 그럼에도 메인은 역시 부모님의 이야기. 준하와 주희의 사랑이야기에는 한성민의 <사랑하면 할수록> 이 흘러나오고 아련함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클래식>에서는 <와니와 준하>에서 영민 역을 맡았던 조승우 배우가 "준하"로 등장한다. 손예진 배우가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을 만나 "주희"로 등장하니 최종적으로는 이 두 배우가 결국 첫사랑의 대명사가 된 건가... ㅋㅋㅋ 

이기우 배우가 걸어가다가 갑자기 퍽하고 쓰러지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키크고 기력 없는 사람을 캐스팅한 줄 알았다는 웃지 못할 기억... ㅎㅎ 

 

옛날 영화가 되었지만 필름의 질감이 그립고, 2000년대의 향수가 그립다면 한번씩 다시 들춰봐도 좋을 영화들이다. 아직까지 현실에 타협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강하게 영화추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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