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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론공부

[ 영화추천 ] 밥은 먹고 다니냐 ? 배우' 송강호 '의 영화들

by 창조하는 인간 2022. 5. 30.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열리는 모처럼만의 세계적인 축제에 한국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하며 연일 뉴스를 쏟아냈다.

이정재 감독 이정재, 정우성 주연의 "헌트". 

박찬욱 감독 박해일, 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주연의 "브로커". 

 

그중에서도 감독상을 두 번째 받은 박찬욱 감독과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의 소식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계가 한껏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배우 송강호는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주연을 맡아 안그래도 유명했지만 더 유명해졌다. 이미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는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했고, 설국열차에서 한번 더 주연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었다. 그랬던 그가 세계적 거장으로 일본 영화계를 지탱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 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 낸 것이다.  

 

세상에...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또 감독상을 받다니... 동시에??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영화 전성시대가 열린 느낌이다. 이미 활짝 열려있었나 보다. 

 

1900년대 중반까지는 일본영화가, 그 이후에는 중국 영화가 아시아 영화계를 대표했다면,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필모를 쌓고 내실을 다져온 한국영화가 최전성기를 맞으며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다. 

내가 영화를 배우던 시기에도 일본시장은 무너졌고, 중국은 시장이 치우쳐져 커지고 있었고 한국은 계속해서 골고루 유의미한 작품을 계속 내고 있던 터라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결과 였는지도 모르겠다. 

박찬욱 감독의 경우에는 포스팅을 별도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프랑스 칸에서 열린 5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의 작품을 쭉 정리해보았다. 

 

그 유명한 밥은 먹고 다니냐 짤 (영화 살인의 추억 중 한장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공한 배우 송강호의 필모를 잠깐 살펴보자.

데뷔 이래 천만이 돌파한 영화는 4편이며, 천만 언저리까지 간 영화가 2편이다. 

나머지가 선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인구 5천만에서 천만 영화가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해보면 실로 어마어마한 기록인 셈이다. 

실제로 통합 1억 명이 넘는 관객이 배우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를 관람했다. 

 

송강호 필모그래피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2020년대 
브로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22년 
거미집 / 김지운 감독 / 2022년
이창동 : 아이러니의 예술 / 2022년 
1승 / 신연식 감독 / 2021년
비상선언 / 한재림 감독 / 2020년

2010년대 
나랏말싸미 / 조철현 감독 / 2019년 
기생충 / 봉준호 감독 / 2019년  - 10,802,006명 
마약왕 / 우민호 감독 / 2017년
택시운전사 / 장훈 감독 / 2017년 - 12,186, 205명
제5열 / 원신연 감독 / 2017년
밀정 / 김지운 감독 / 2016년 
사도 / 이준익 감독/ 2014년
변호인 / 양우석 감독 / 2013년 - 11,375,944명
관상/ 한재림 감독 / 2013년 - 9,135,806명
설국열차 / 봉준호 감독 / 2013년 - 9,350,351명
청출어람 / 박찬욱, 박찬경 감독/ 2012년
하울링 / 유하 감독 / 2011년 
푸른소금 / 이현승 감독 / 2011년 

2000년대
의형제 / 장훈 감독 / 2009년
박쥐 / 박찬욱 감독 / 2008년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김지운 감독 / 2008년
밀양 / 이창동 감독 / 2007년
우아한 세계 / 한재림 감독 / 2006년
괴물 / 봉준호 감독 / 2006년 - 13,019,991명
친절한 금자씨 / 박찬욱 감독 / 2005년
남극일기 / 임필성 감독 / 2004년
효자동이발사 / 임찬상 감독 / 2004년
살인의 추억 / 봉준호 감독 / 2003년
사랑의 힘/ 김지운 감독 / 2003년
YMCA 야구단 / 김현석 감독 / 2002년 
복수는 나의 것 / 박찬욱 감독 / 2002년 
공동경비구역 JSA / 박찬욱 감독 / 2000년 
반칙왕 / 김지운 감독 / 2000년

1990년대 
쉬리 / 강제규 감독 / 1999년
동창회 / 최진호 감독 / 1999년
조용한가족 / 김지운 감독/ 1998년
넘버3 / 송능한 감독 / 1997년
초록물고기 / 이창동 감독 / 1997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 / 홍상수 감독 / 1996년 

 

대한민국 최고라 손꼽히는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하니 뭔가 당연한 거 같기도 한데 뿌듯하기도 하고 ><.. 

 

필모를 자세히 보다 보니 몇몇 감독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창동 감독, 김지운 감독,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 , 장훈 감독, 한재림 감독 등.. 

최소 2편 이상을 함께한 감독들로 한 때는 페르소나로 불리며 활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그가 가족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였을지 궁금해졌다. 

기생충도 가족의 서사를 다루고 있었는데, 가족 구성원 자체가 다른 이미지인 데다가 이번엔 배우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과 함께 하다 보니 어떤 시너지가 났을지도 궁금해지는 것이다. 

재밌게도 이번에 칸에서 수상한 박찬욱 감독과도 작업을 했었고, 배우 이정재, 정우성과도 작업을 했었고, 배우 강동원, 배두나와도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게 아니었고, 배우 박해일도 함께 작업을 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영화를 좀 한다 하면 한 번은 거쳐가는 이름이 송강호여야 하는 것일까 생각될 정도였다. ㅋㅋㅋ

갑자기 볼 영화가 많아진다. 행복하네^___^. 

 

늘 그랬던 것처럼, OTT에서 관람 가능한 영화를 소개하며 추천을 구성하고 싶은데, 전체 필모를 쓸 수밖에 없었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너무도 유명한 영화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극장에서 관람했던 영화들 위주로 소개를 해볼까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영화들은 미성년자였던 관계로 성인이 되어서야 뒤늦게 VOD로 본 영화들이 많다. 

그래서 왜 유명한 작품을 언급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저 작성자가 극장에서 관람했던 영화 위주구나 생각해주면 좋을 듯하다. 

기억이 맞다면 영화 <남극일기>부터 극장에서 보았다. 영화를 보았던 기억을 더듬어서 끄적여보려 한다. 

 

내가 극장에서 관람했던 배우 송강호 주연의 영화들 (개봉 기준) 

 

1. 남극일기 

2. 괴물

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4. 박쥐 

5. 설국열차

6. 관상

7. 변호인

8. 사도

9. 밀정

10. 택시운전사

11. 기생충

12. 나랏말싸미 

 

 

1.  남극일기 , Antarctic Journal , 2005, 임필성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남극일기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한국영화에서 천만 관객이 등장했던 시기가 2003년말 2004년초반인 것으로 기억한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라는 두 작품이 천만관객 돌파를 알리며 영화산업이 전에 없이 부흥하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도입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이제는 멀리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면서 어린이 시절보다는 더 뽈뽈 거리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영화도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보러 갔던 영화는 아니고, 당시 알포인트나 기담, 장화홍련 등 인상적인 미스터리 공포 장르의 영화가 많았어서 개인적인 취향에 이끌려 갔던 것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철저한 괴담의 느낌이지만 이입해서 보자면 정말 두렵고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부서지지 않을 멘털은 없을 것 같다. 팀원들은 하나 둘 죽어나가고, 온전히 자신 탓인 것만 같은데 여기서 임무까지 포기해버리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니까... 선한 역할이었던 유지태 배우의 시점으로 영화를 쫓아가다 보면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어쨌거나 다른 장면은 세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동상에 걸려서 썩고 있는 발가락을 잘라내는 장면을 보고 눈을 질끈 감았던 기억은 난다. 

 

 

2. 괴물 , The Host, 2006,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괴물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봉형 전설의 시작... 사실 살인의 추억만으로도 대중에게 깊은 각인을 남겼던 봉준호 감독이 드디어 천만의 고지를 밟게 된 영화였다. 굉장히 오래 준비한 작품이었고, 봉테일이라는 별명답게 숨겨져 있는 혹은 드러나는 상징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해석이 다양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알고 보면 훨씬 더 재밌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는 변희봉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ㅋㅋㅋ 

가족 서사가 시작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강에 괴물이 산다는 발상도 재밌지만 그 형상을 묘사한 게 대단했다. 괴물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웬 이상한 할리우드 몬스터의 아류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나름 슬픔과 비극을 간직한 괴물이었고, 괴물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하나로 뭉치고 사람들 간의 대립을 보여주며 봉준호 특유의 세계관을 투영한다. 저질러 놓고 책임 전가하는 미군과 무능한 정책, 흐트러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 그동안 별 볼 일 없이 망가져 있던 사람들이 영웅처럼 등장한다. 그게 아빠와 삼촌. 고모도 멋졌지.. 다시 봐도 재미있는 작품이고 가끔 한강의 다리들 아래를 지나갈 때면 한 번씩 살펴보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3.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The Good, The Bad, The Weird, 2008, 김지운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일명 "놈놈놈"으로 불리며 한국의 웨스턴 영화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낸 영화이다. 워낙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하는터라 기대가 충분히 컸던 만큼 만족스러운 액션씬이 많은 영화이다. 특히 좋은 놈으로 나왔던 배우 정우성의 역주행 씬은 인생 장면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군을 상대로 벌어지는 총격전이라 더 멋지고 좋은 놈으로 보이게 되었다. 나쁜 놈의 배우 이병헌 역시도 섹시미를 뿜으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칼을 던져, 지네를 죽이는 장면은 다시 봐도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놈... 배우 송강호의 역할이 왜 이상한 놈일까 한참 생각하게 되었다. 시종일관 극이 딱딱해지지 않게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 거 같은데 알고 보니... 

그래서 송강호 배우가 세 번째 타이틀을 맡고 있구나 싶었다. 멋진 장면만큼이나 음악이 좋아서 보고 나면 한동안 스파게티 웨스턴풍의 당그랑당그랑 거리는 음악과 함께 말 타는 액팅을 하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4. 박쥐 , Thirst, 2009, 박찬욱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박쥐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다니... 그것도 엄마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것은 부모님과 봤다가는 당황스러운 장면이 꽤 있다.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혼자 봐야겠다고... 이후에도 그 룰을 까먹고 아가씨를 보러 갔다가... 

어쨌거나 새로운 느낌의 뱀파이어 영화였다. 서늘하고 차갑지만 어딘가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고독한 뱀파이어. 원래 신부였기 때문에 강한 정신력으로 욕망을 억제하고 누르면서 버티는 주인공의 모습이 등장한다. 나는 뱀파이어라는 말만 듣고 어느 정도의 공포는 깔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갔던 것이지만, 이 영화는 철저하게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이다. 신부는 뱀파이어가 되면서 그동안 억누르고 살았던 모든 욕망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고, 친구의 아내가 계속 유혹해온다. 억눌리며 살고 있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학습된 억눌림이 내제화 되어있던 터라 많이 공감하지는 못하고 깜짝깜짝 놀라기만 했었다... 

 

 

 

5. 설국열차 , Snowpiercer, 2013,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설국열차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프랑스 만화가 원작이라고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해외 진출작이기도 한 설국열차는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등 해외 배우와 송강호, 고아성 배우가 등장한다. 여기서 이제 완전히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외국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었다.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대체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까 싶었는데 역시 봉테일은 봉테일이었다. 

이 작품은 세세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조만간 새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볼 당시에는 계급사회에 대해 실감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한 발짝 물러나서 봐야 했는데, 기생충에 극 공감하게 된 현재에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누가 뭐래도 양갱이지 않을까. 한동안 연양갱을 먹지 못했던 기억.. 

 

 

 

6. 관상 , The Face Reader, 2013,  한재림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관상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너무도 유명한 그 대사. 

아직도 회자되는 수양대군의 등장 씬은 압권이었다.  

조선시대와 현대는 너무도 많은 생활양식이 바뀌어서 관상이 어느 정도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흥미진진한 포인트라 저 정도의 정확성을 가지는 관상가라면 나도 한번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면면을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냈고 심지어 카리스마 넘치기까지 한다. 나름의 고증이 잘되어 흥미로웠던 영화로 기억에 남았다. 이 또한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 거 보니 얼마나 됐나 했는데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 ㅎㅎ... 다시 봐야겠다.. 

 

7.  변호인 , The Attorney, 2013, 양우석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유), 시리즈온 (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영화 변호인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1981년 일명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백도 돈도 없는 변호사가 남다른 사업수단으로 부산에서 이름을 날리며 잘 나가고 있는데 어려울 때 신세 졌던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고 차마 외면하지 못해 도와주게 된다. 면회만이라도 도와주려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말이 안나오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끝내 아이들의 무고함을 밝히려 앞장서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알다시피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을 따왔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송강호 배우의 그동안의 필모를 보면 현실에 있을법하지만 만들어진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을 것 같다. 그래도 사투리는 송강호 아인교. 부산 출신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억양 덕에 더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수였던 임시완을 배우로 다시 보게 된 영화. 천만을 넘진 않았지만 매우 근접한 영화로 흥행까지 성공했다. 이것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포스터 속 고 김영애 배우를 보니 새삼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게 된다. 

 

 

 

 

8. 사도 , The Throne, 2014, 이준익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 쿠팡플레이, 유튜브 (유))

영화 사도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사극을 좋아한다. 왕의 남자부터 최근 자산어보까지. 비교적 고증이 철저한 편인 데다가 지루하지 않게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풀어나간다. 리드미컬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해서 무겁지 않은 역사극을 보는 느낌이 있었는데, 사도는 조금 달랐다.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는 어떤 광기를 보여줄지 궁금했고 그 속에 유머는 들어있지 않을 거라고도 짐작했다. 왕이 세자를 뒤주에 가둬 굶겨죽이는 이 비극을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할지 정말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왕으로써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영조를 표현했으며 아버지와 아들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과정을 꽤 면밀하게 보여준다. 고요했고 점점 슬픔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역사를 배우는 관점에서 보면 냉정하고 차갑고 자기 자리의 보전만을 생각한 이기적인 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아들을 죽여야 하는 노인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속에는 분명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겠으나 어찌 자기 자식을 죽이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냐며 되묻게 되었다. 역사적인 사실을 그동안 봐왔던 시점과는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어서 역시 이준익 감독님 작품은 좋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9. 밀정 , The Age of Shadows, 2016, 김지운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밀정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이 작품도 역사를 배웠을 때 바라봤던 관점을 뒤집어 생각해야 했던 영화였다. 사도와 마찬가지로 감정의 변화가 중요한 작품이라 인물들의 클로즈업이 생각보다 많았던 기억이 있다. 꽤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몰입해서 보았다. 

배우 공유도 멋있었고.. 놈놈놈의 좋은 놈 못지않은 피지컬과 외모로 훈훈한 와중에 악역을 맡았던 배우 엄태구를 새롭게 발견했던 것 같다. 밀정보다 앞서서 개봉했었던 암살과 비교해보게 되었는데, 암살도 그렇고 밀정도 그렇고 그간 역사를 교육할 때 언급하지 못했던 약산 김원봉의 존재를 영화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암살에서는 배우 조승우가 김원봉의 역할을 맡았는데, 밀정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정채산 역으로 등장하면서 극의 분위기를 진중하게 끌어가게 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에서는 송강호 배우가 맡았던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의 심리적 변화가 가장 큰 핵심이 된다. 친일인사를 결코 좋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어떻게 보면 친일 행위 역시도 역사가 낳은 비극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0. 택시운전사 , A Taxi Driver, 2017, 장훈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택시 운전사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이 영화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군부독재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부터는 끊임없이 그 시절 그 시기에 대한 자성적 혹은 비극적이었던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는데, 직접적으로는 언급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5 공화국을 다루면 광주 이야기는 빼버리기도 했었다. 영화 역시도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진 않았다. 2004년에 개봉했었던 화려한 휴가 정도가 당시 광주의 비극을 극적으로 그리는 작품이었는데, 2010년대가 되고 나서야 1980년대를 재조명하는 영화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알려진 역사적 사실보다 더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당시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 시작했다. 고문을 받고, 총살을 당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영화에서 다룬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남아있지만 바로 직후보다는 조금 충격이 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택시 운전사에 등장하는 외국인 기자가 찍은 영상은 더 잔인하게 느껴질 것 같다. 영화는 꾸몄다는 느낌이라도 있으니 꾹 참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눈물을 줄줄 흘려야 했지만... 여기서도 배우 송강호는 마치 옆집에 살고 있는 아저씨 같은 친근감을 풀풀 풍기며 영화 속에 등장한다. 배우의 개성이 강할수록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데 그러고 보니 송강호 배우는 살인의 추억부터 앞서 얘기한 변호인 , 그리고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인걸 알면서도 빠져들어서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연기인 거 같지가 않으면 연기를 아주 잘한다는 이야기겠지... 

 

 

 

11. 기생충 , PARASITE, 2019, 봉준호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유))

 

영화 기생충 포스터 (출처 : 다음 영화)

 

대망의 그 영화. 패러사이트. 제목을 듣고는 또 괴물이 나오려나 했었다. 이번엔 어떤 괴물이 나오려나.. ㅋㅋㅋ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제목이 너무 잔인하고 슬펐다. 이보다 더 적합한 제목은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끝에 ~충을 붙여서 비하하는 별명을 지어 부르던 세대에게 그 별명이 얼마나 잔인한 건지 설명하기 딱 좋은 제목을 가지고 있다. 

생명에는 귀천이 없어서 벌레의 삶마저도 존중해야 마땅하겠지만, 그래도 사람을 벌레로 취급한다는 것은 심히 모욕적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처음에는 기택의 가족들이 그냥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사건이 펼쳐지면 펼쳐질수록 너무도 잔인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속의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슬퍼졌다. 예전에 봤으면 안보였을 것들을 보게 된 거 같다. 

이 영화는 장면 장면을 뜯어가면서 보는 게 훨씬 재미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포스팅을 남겨야겠다. 봉준호 감독 특집으로.. 

 

 

12. 나랏말싸미 , The King's Letters, 2019, 조철현 감독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유), 티빙, 시리즈온(유), 쿠팡플레이, 유튜브)

 

영화 나랏말싸미 포스터 ( 출처 : 다음 영화)

 

한글이 탄생하는 과정을 모티브로 한 영화. 배우기로는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만들었다고 배웠는데, 한글 창작을 모티브로 하는 작품들은 집현전 학자들의 뒤에 신분이 다른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기록되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라고 하며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은 흥미롭다. 예전에 방송했던 뿌리 깊은 나무라는 드라마에서는 궁녀들과 함께 신분의 차별 없이 한글 창제에 몰두하는 왕의 모습을 그려 신박하다고 생각했었다. 원작이 소설이어서 당연히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재밌게 봤지만, 나랏말싸미라는 이 영화도 스님들과 함께 한글을 창제한다는 꽤나 신박한 관점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알다시피 조선은 불교를 박해했다. 고려의 멸망이 사치스러웠던 불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던 조선의 건국 세력들은 마을의 중심가나 도성의 중심에 있던 대부분의 절들을 다 산으로 쫓아냈다. 당연히 불자들은 조선의 왕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에서는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든다는 마음에 동해 누구보다 열심히 한글 창제에 힘을 보탠다. 물론 단칼에 끊어질 종교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불교를 믿는 어른들은 존재했고 국교인 유교사상에 그르치는 행위라 은밀하게 사찰을 다녀야 하는 이 부분이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고 전미선 배우가 독실한 불교 신자로 등장하며 왕이자 남편이 하는 일을 지지한다. 

세종대왕은 너무도 위대한 업적을 남기신 분이라 어떤 과장이 있어도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려진 바처럼 실력이 있으면 신분을 따지지 않고 마음껏 소통을 했을지 어떨지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조금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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