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발일지

[강의 후기]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걸까?

by 창조하는 인간 2022. 8. 10.
귀여운 르탄이의 레이스


어릴 때 컴퓨터의 내부를 뜯어보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가 "중학생이 쓴 게임 만들기"라는 책을 사줬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워서 지금도 아마 책장에 고이 모셔두기만 했다.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를 겪으며 자라왔고, 드라마 <카이스트>가 한때는 최애였다.
그게 벌써 수십 년이 흘렀다.

굳이 먼 과거로 돌아가보지 않아도 최근 2~3년 내에 파이썬으로 게임 만들기를 따라 해 본 적 있고,
코딩 사이트에서 코딩 문제를 풀어봤으며, 메일 안에 사진 슬라이드를 넣기 위해 코드 짜는 법도 찾아봤고,
워드프레스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html과 css를 간접 경험했다.
외장하드에 윈도우를 깔아서 맥북을 쓰고 있고, 컴퓨터에 난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구글링은 도가 텄다.
유튜버 조코딩의 영상을 즐겨보며, 스파르타 코딩 클럽 앱 개발 반을 내 돈 내산 한 경험도 있다.

알게 모르게 코딩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 사이에 영화에 관련된 글은 한개 썼고, 블로그를 개설하긴 했지만 소개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화에 관련한 강의는 듣고 있지 않지만, 코딩 교육은 그 후로도 여러 개 듣고 있다.
심지어 국비지원까지 받아서 듣고 있지 않은가.

나는 뭔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굳이 뭔가를 한다면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
그 창작이라는 것이 어떤 예술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가시화시키길 원한다.
그렇다고 당장 뭔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처지가 못되고 있다. 이런 문장은 정말 쓰고 싶지 않은데, 사실이니까.
어쨌거나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직업이 필요한 상태이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박봉과 과도한업무시간에 시달리며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없었는데,
쉬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이대로 나이만 먹으면 나에게 좋을 것이 없다.
작년에 이 결심을 세워서 취업을 했으면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어쩌자고 이렇게까지 됐는가를 되짚어보면, 여전히 고민했던것 같다.
나는 나의 일을 찾고 싶다. 어떤 직업이 아니라 내가 파고들어서 열심히 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었다.

전 직장에서는 주는 만큼 해야지라는 마음이 강해져서 성장하지 못했고, 써먹을만한 기술 또한 없는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시간을 낼 수 없을 만큼 밤이고 주말이고 나를 옭아매어 코로나를 핑계 삼아 탈출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으면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래서 전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집에 와서도 업무에 시달려야했고, 쉬는 날 공연을 보러 가서도 일생각을 하는 나에게 화가 났다.
물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다면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가난하게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되려 백수를 더 당당하게 이야기 하고 그 전 직장에서의 직업을 입 밖으로 내는 게 꺼려졌을 정도였다.

이런 나에게 개발자는 꽤 괜찮은 직업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보상은 충분히 해주는 곳이니까.
워라밸을 바랬던건 월급이 적으니 그 외 시간이라도 달라는 것이었을 뿐..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면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차피 워라밸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계속 코딩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갈등을 한 이유가 있었다.
수학을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 잘 못했는데.. 하루에 10문제도 채 못 풀어서 야자시간을 그대로 날려먹었던 전적도 있다.
이런 내가 과연 코딩을 해도 되는 걸까 끊임없이 되물을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문과적 감성이 뛰어나서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에게 실망만 쌓이게 되었다.
너무도 지독하게 신중한 성격이라, 시도하기 전에 겁부터 났던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개발자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이유는 생각보다 재미가 있어서다.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구현해내고 심지어 간단한 명령어로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표현이 가능할 때 즐겁다.
어릴 때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도 상당히 재미가 있다.

다만 문제는 내 나이. 회사를 신입으로 다니기에는 좀 많은 나이가 걸린다.
지금도 충분히 늦은거 같지만 더 늦기 전에, 고민에 대한 종지부를 찍기 위해 스파르타 코딩 클럽에서 무료 패키지로 짧게 강의한
<개발자 취업 준비의 모든것> 이라는 강의를 보게 되었다.

서론이 매우 길었는데, 바로 결론을 이야기해야 할 듯하다.
이 강의를 듣고 난 뒤의 느낌을 정리해보면 앞으로의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확실히 많아질 것이라서 코딩을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조건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회사에 입사하는 시도는 이번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시도는 해봐야 하는 거니까.
지금 여유롭게 듣고 있는 국비지원 강의들을 더 타이트하게 들어야 할거 같고, 준비할 것들이 있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것에만 온전히 몰두하는 삶이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산만한 상태에서 멘털을 잡아가는 게 관건일 듯하다.

그동안 너무 막연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명확해져서 좋았다.
여전히 개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해야 할 것은 선명하니 지체 없이 공부해나가야겠다.
시간을 알차게 써서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댓글